“韓, 방위비 100억弗 내야”… 통상·안보 패키지딜 압박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09 18:21:29

트럼프 “너무 적은 돈 지불하고 있어”
주한미군 규모조차 파악 않고 거론
구리 관세 50% 인상안 발표도 밝혀
대통령실, 긴급회의… 대책마련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언급하면서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 계획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주한미군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다.
그들(한국)은 군사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며 “나는 그들(한국)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도록 만들었는데, 바이든(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그걸 취소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거의 공짜로 군사지원을 했다”고 주장하며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동맹국의 급격한 방위비 인상과 같은 중대한 정책을 이야기하면서 기초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주한미군에 대해 언급하면서 규모를 4만5000명이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2만8000명 정도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반도체, 몇몇 다른 것들(에 대한 관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율과 발표 시기 및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의약품 관세와 관련해서는 “(제약사들이) 들어올 시간을 1년이나 1년반 정도 줄 것”이라며 “이후에는 의약품 등에 대해 매우 높은 관세율, 200% 정도가 부과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5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의약품, 구리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품목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9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정책실과 국가안보실 간 공동회의를 개최하고 대미 통상 현안을 포함한 상황점검 및 대응책 마련을 위해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에 이어 방위비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대통령실 내부의 긴장도 고조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도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대미 통상 현안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 조치 현황과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김 실장은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익중심 실용외교’ 기조에 따라 미국과의 조속한 협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박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