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에 경고한 트럼프 "'러 원유' 구매시 관세 인상"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8-06 11: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인도 외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현재 25%에 달하는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더 높아지면 25년간 지속된 미국·인도 간 무역 관계가 위태로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관련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거래하는 국가에 추가로 관세 물릴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날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직전 발언에서 "매우 가혹한(severe)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도에 24시간 이내에 대미 상호관세율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지금도 인도의 상호관세율은 25%로 아시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은 협상 과정에서 종전 25%에서 15%까지 관세를 낮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기업에 대한 관세율이 최대 100%에 달할 수 있다"며 공포감을 조성한 바 있다.

러시아산 원유가 외교 갈등의 불씨가 된 배경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8일을 대러 제재 시한으로 정하고 러시아에 '최후 경고장'을 보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점령 영토 유지 등 기존 입장만 재확인하며 전쟁에 완강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전일 크렘린궁 내부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6일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트코프 특사의 러시아 방문 경과를 지켜보고 대러 제재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일단 두고 보고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위트코프 특사가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에 인도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인도 외교부는 지난 4일 성명에서 "러시아와의 원유 거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존 에너지 공급선이 유럽으로 전환된 데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무역은 국가적 필수사항이지만, EU와 미국은 그런 필요도 없이 여전히 러시아와 교역 중"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인도는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으로, 전체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산 원유로 충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25년간 인도와 무역 관계를 맺은 미국 역시 관계가 단절될 경우 부담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 석유 주요 소비국으로 꼽은 중국도 러시아와의 거래를 빠르게 중단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맷 거트켄 BCA리서치 수석 지정학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핵심 자원 확보에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는 계속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논란은 미·중 무역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제네바 협상에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관세 휴전 시한은 이달 12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