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망·재발률로 악명 높은 폐암… 폐암이 변하고 있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7 11:09:22

폐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많은 환자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을 받아 ‘높은 사망률’로 악명이 높다.
2023년 국내 전체 사망자(35만 2511명) 중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4명 중 1명(8만 5271명), 그리고 그중 10명 중 2명(21.9%)이 폐암이었다.

이런 ‘공포의 암’ 폐암에 최근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이창영 교수(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는 지난 1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는 덧셈이 아닌 곱셈으로 작용한다. 가족력이 있고, 30갑년(하루 한갑 30년) 이상 흡연력이 있으면 반드시 저선량 흉부 CT를 통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며 조기 검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폐암 수술을 받는 환자분는 고령층이 많기 때문에 수술 후 유산소 운동뿐 아니라 떨어진 근력을 보완할 수 있는 근력 운동도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폐암 수술은 전이가 없는 1∼3A기 환자들에서 가능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수술이 가능한 환자 비율이 20∼25%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0∼35%입니다.
조기발견으로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10%포인트 늘었난 거죠. 종양 크기도 과거3∼4㎝에서 최근에는 1~2㎝ 종양을 수술하는 환자들이 확연히 늘었습니다.
”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이창영 교수(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는 지난 1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폐암 치료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폐암 수술은 원격 전이가 없는 1기, 2기, 3A기에서 가능하다.
폐암 수술이 늘었다는 것은 조기 발견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폐암 진단 후 1년 이내 수술을 받은 환자 비율은 2008년 22.2%에서 2023년 39.1%로 16.9%포인트 올랐고, 수술 건수도 3968건에서 1만2786건으로 세 배 이상 급증했다.

2019년부터 저선량 흉부 CT가 국가암검진 항목에 포함됐고, 이로 인해 폐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환자들의 예후와 연결이 된다.


폐는 좌우 한쌍이 있는데, 오른쪽에는 3개, 왼쪽에는 2개의 폐엽, 각 폐엽에는 2∼5개의 구역이 있다.
과거에는 폐엽의 전체를 절제하는 폐엽 절제술이나 한쪽 폐 전체를 떼어내는 중 하나를 전체 제거하는 전폐 절제술을 했다.

“최근에는 2㎝ 이하 작은 종양, 특히 폐 가장자리에 위치한 종양이 증가하면서 구역 절제술(18개 폐 구역중 선택 절제), 쐐기 절제술(종양 부위만 최소 절제)을 많이 합니다.
연세암병원에서도 올해 수술의 절반 가까이가 이런 구역·쐐기 절제술이었습니다.
”

2020년 미국·일본에서 구역·쐐기 절제술의 치료 성적이 나오면서 미국 NCCN(미국 종합암네트워크)도 가이드라인에 구역·쐐기·절제술을 권고사항으로 반영됐다.
절제 크기는 환자의 생사 뿐 아니라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절제 크기에 비례해 폐 기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체 폐 기능을 100%로 봤을 때 절반을 절제하면 산술적으로는 폐기능도 절반이 감소합니다.
다만 남은 폐가 보상적으로 기능을 담당하며 60~70%까지 회복하기도 합니다.
반면 구역 절제술은 5~10%, 쐐기 절제술은 5% 내로 폐기능이 감소해 환자들에의 부담이 덜어지죠. 폐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가 최근 수술 트렌드입니다.
”

수술법과 수술 전후 항암에서의 기술 진보도 폐암 환자들에게 희망이다.
이미 현재 수술의 대세는 가슴을 여는 개흉이 아닌 2-∼3개 구멍을 뚫어 내시경으로 확인하며 수술하는 흉강경이다.


이 교수는 “종양이 기관지, 폐동맥, 폐정맥 등 기관을 감싸고 있는 경우 개흉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2010년 이후 개흉술 비중은 전체 5∼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발이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아도 다른 암에 비해 재발과 전이 가능성이 높다.
조기 발견해도 폐암 환자의 36%는 5년 이내 재발하며, 병기별로는 2기는 50%, 3기에서는 70~80%가 재발을 경험한다.
세계폐암학회(IASLC)에 따르면 2기 폐암 환자가 치료를 받은 뒤 5년 이후 생존할 확률은 54~62%에 불과하다.


폐는 혈류와 림프의 흐름이 풍부해 이를 통해 활발해 전이가 더 쉽게 일어날 수 잇는 구조적 조건을 갖췄다.


“폐 선암은 종양 크기가 3~4㎝만 돼도 원격 전이가 잘 일어나는 경향이 있죠. 재발도 같은 맥락입니다.
재발 환자의 80% 이상이 원격 전이 형태로 재발합니다.
이는 수술 이전에 이미 미세한 전이가 이루어졌던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

수술 전·후 항암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항암은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만의 치료법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3∼4기에 한정됐던 항암이 수술 전 항암, 수술, 수술 후 항암으로 확대된 것이다.


“3기A 환자는 수술을 받거나 항암화학·방사선 요법 중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불과 2~3년 전 일반적인 치료였습니다.
그러나 신약 발전으로 3기B, 4기 환자의 항암치료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며 3기A 폐암 환자 치료도 변화가 왔습니다.
이러한 약제들을 3기A 환자 등에게 적용해보자는 치료 방식이 고안된 것이죠.”

글로벌 3상 임상연구에서 면역항암제(키트루다) 수술 전?후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항암화학요법 치료만 받은 환자군에 비해 무사건 생존기간이 18.4개월에서 57.1개월로 개선됐다.
질병의 재발, 진행, 또는 사망 위험도 43% 감소했고, 치료 후 조직검사 상으로 암이 발견되지 않는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은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2022년 면역항암제 수술 전 항암치료 요법이 허가됐고, 면역항암제 수술 전 항암치료와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항암치료’는 2023년말 허가됐다.


“연세암병원에서 2023년부터 면역항암제 치료를 수술과 병행했는데 올해부터 수술 전 면역항암제, 수술전·후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고 수술에 들어가는 비중이 전체 폐암 수술의 10%로 증가했습니다.
EGFR 등 유전자 변이가 있어 수술 전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은 15%에 육박합니다.
”

이창영 교수는 이같은 변화를 설명하며, ‘속도’에만 초점을 맞췄던 폐암 치료에서 맞춤형 정밀 치료도 강조했다.


“처음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나는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며 당황스러워합니다.
조기 폐암은 종양의 크기가 매우 작은 경우도 많고, 치료 성적도 높아졌습니다.
수술 전 항암치료 등을 통해 완치율을 높이는 시대가 된 만큼 낙담하기 보다는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