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이어지면서 전쟁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 연간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감소가 급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전쟁 사망자 숫자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반등세를 보이던 출산율까지 급락하면서 각종 저출산 대책도 남발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통계청이 발표한 사회경제성 보고서에서 인구통계가 제외됐다.
올해 1분기 이후 공식적인 인구통계를 공개하지 않게 된 것이다.
러시아 인구학자인 알렉세이 락샤는 블룸버그통신에 "2025년 3월부터 공식적 인구통계가 거의 사라졌다"며 "전체 통계는 정부 소속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제공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인구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인구감소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앞서 러시아 연방통계청이 올해 초 밝힌 지난해 러시아 사망자수는 182만명으로 출생아 수인 122만명보다 60만명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전체 인구감소폭은 2023년 대비 20% 급증했다.
이렇게 사망자가 급증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2년 2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째 접어들었지만 좀처럼 휴전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서 러시아군 사망자 수는 최소 12만명에서 최대 25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개전 이후 아직까지도 공식 사망자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남성들이 대거 징집돼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차출되면서 출산율도 급감하고 있다.
과거 옛 소련 붕괴 직후처럼 출산율이 다시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출산율은 1.40명으로 2016년 1.76명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출산율은 옛 소련 붕괴 직전인 1989년 2.01명을 기록했다가 이후 1999년 1.16명까지 급감했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고 정치·경제적 안정을 되찾게 되자 출산율이 반등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출산율이 재급감하는 상황을 막고 향후 10년 내 출산율을 1.6명으로 다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온갖 대책을 남발하고 있다.
중학생 이상 여학생이 출산할 경우 일시금 10만루블(약 175만원)을 지급하고 학교가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배려하는 프로그램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직장 내에서도 임직원들에 대한 각종 출산지원 프로그램 등 현금지원 사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와함께 무자녀세금, 자녀없이 사는 생활의 선전을 금지하는 법안 등 강제적인 저출산 극복 정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병원과 약국에서 피임약 판매를 대폭 줄이고 심지어 직장 내 성관계까지 국가에서 권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프리모리예 지방 보건장관인 예브게니 셰스토팔로프 박사는 "근무 시간 중 휴식 시간에 출산 문제에 참여하라"며 "인생은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이 이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발언해 러시아 안팎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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