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관세 협상 덕에 8월 통방 부담 덜었다" 발언, 시장 해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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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첫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한국은행의 오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물가가 3% 초반으로 내려오고 경기 반등세가 더딘 상황이지만 가계부채·원화 약세라는 이중 부담이 커 선제 완화론과 동결론이 팽팽히 맞선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이달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0.25%포인트 내려갈지, '관망'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다.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9월을 시작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재개될 경우 한은의 금리차 부담도 덜어질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주만 해도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은 꺾인 상태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이후 분위기가 바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7만3000명 늘며 전문가 전망치(10만명)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경제 둔화 시그널로 해석되며 연준의 금리인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이 보는 연준의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금리 인하 확률은 92.4%다. 지난 1일 30%대에서 급등했으며 연내 3차례 인하까지 고려되고 있다.
국내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도 최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5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425%를 기록했다. 4일에는 2.421%로 6월 11일(2.419%) 이후 가장 낮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통화정책을 주로 반영한다.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8월 인하 전망에도 힘을 실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를 경계하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금통위 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2명이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던 이유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00%포인트보다 더 확대되는 데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4.25~4.50%)와의 차이는 1.75~2.00%포인트 수준이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구윤철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한은 방문으로 가진 회동에서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이 잘돼 8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큰 부담을 덜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은이 경기 방어를 위해 기준 금리를 내려야할 필요성이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무역협상은 서울 일부 지역 집값 등 부동산 시장 분위기와 함께 한은이 금리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여겨왔다. 시장에선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현재 분위기로 이어지고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좋게 볼 경우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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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이달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0.25%포인트 내려갈지, '관망'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다. /이선영 기자 |
일각에선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돼 '선제 완화' 여건이 무르익었단 평가와 대내 물가·부채 리스크를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 맞선다.
최근 물가는 인하론에 힘을 싣는다. 7월 소비자물가는 2.1% 상승하며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환율은 지난 1일 1400원 돌파 이후 달러 약세에 연동되며 1380원대로 내려왔다.
수도권 집값 문제도 일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8월 금융시장 브리프'를 통해 "6.27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건설경기 부진, 미국 상호관세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상황을 감안해 한은은 이달 28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넷째 주(7월28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2% 올라 상승 폭이 전주(0.16%) 대비 0.04%포인트 축소됐다.
증권가에서도 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한은도 8월에 금리를 내릴 여력이 커졌다"고 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률 둔화로 동결 논거가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한은의 10월 인하설도 여전하다. 집값 상승폭은 줄었으나 완전히 꺾였다는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해석이다. 10월 금통위가 이례적으로 월말에 열려 더 많은 데이터를 반영할 수 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수도권 주택공급 제약 등을 고려할 때 상당기간 주의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8월 금통위는 '선제 인하로 경기 안전판 마련'과 '동결로 물가·부채 안정 우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한 채권전문가는 "인하가 4분기로 미뤄질수록 금리 절단 폭이 커질 위험이 있다"며 "이미 실질금리(명목?물가)가 0.1%포인트로 높아져 경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