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에 밀리고 수입차 공세까지
한 모델에 기대는 취약 구조 한계
"연속적 신차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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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스 크로스오버·액티언 하이브리드. /한국GM·KGM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제너럴 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KG모빌리티·르노코리아 등 국내 완성차 중견 3사가 올해도 한 자릿수대의 내수 점유율에 머물며 고전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하이브리드차(HEV) 등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차를 내놓고 있음에도 현대자동차·기아의 물량 공세와 수입차 판매 증가세에 밀려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3사는 올 1~7월 국내 시장에서 총 6만4189대를 판매하며 국산차 기준 8.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7.3%)보다 0.8%포인트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으며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는 6%대로 떨어진다.
중견 3사의 점유율은 2018년 19%에서 2019년 18%, 2020년 17%, 2021년 12%, 2022년 11%로 꾸준히 하락해왔다. 2023년에는 7.8%로 두 자릿수대가 붕괴됐으며 올해도 흐름을 되돌릴 만한 뚜렷한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은 내수 판매가 가장 부진하다. 7월 한 달간 122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44.2% 급감했다. 올 1~7월 누계로도 9347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0.3% 줄었다. 2023년 이후 이렇다 할 신차 없이 라인업이 고착화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KGM의 상반기 내수 실적도 부진했다. 올해 1~7월 누적 내수 판매는 2만27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다. 특히 6월에는 3031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전년 같은 달보다 26.1% 줄었다. 내수는 연초부터 6월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7월 들어 액티언 하이브리드와 무쏘 EV의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며 4456대를 기록,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월간 실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러한 반등이 일시적인 신차 효과에 그칠지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7월 내수 4000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172.3% 증가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 출시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이 중 3000대 이상을 차지하며 판매 상승세를 이끌었다. 실제로 그랑 콜레오스는 올해 누적 내수 판매의 약 82%를 차지할 정도로 실적을 견인해 왔지만 한 차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구조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 이전까지 뚜렷한 주력 모델 없이 내수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정체됐으며, 2023년 연간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58.1% 급감한 2만2048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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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코리아는 올해 7월 내수 4000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172.3% 증가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이 중 3000대 이상을 차지하며 판매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랑 콜레오스. /르노코리아 |
이와 달리 현대차·기아는 올해도 신차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아이오닉 9, EV4, PV5 등 전기차 신모델을 줄줄이 출시하며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기존 내연기관 모델에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이들은 평균 3년 주기의 빠른 부분변경과 연식변경을 통해 소비자 관심을 꾸준히 유도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도 중견 3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입 승용차 누적 등록 대수는 16만52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내수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견 3사는 브랜드 경쟁력이나 모델 완성도 측면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중견 3사는 전체 모델 라인업이 제한적인 데다 신차 개발 주기도 길어 빠르게 변하는 시장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특히 글로벌 본사를 둔 르노코리아나 한국GM은 한국 시장의 특수성에 맞춘 신차 기획·투입 결정 과정에서 본사의 승인 절차나 우선순위 문제로 대응력이 떨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기아는 차량 성능 외에도 인포테인먼트 구성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요소가 많지만 중견 3사는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구매 이후 중고차 가치나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우려도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르노코리아의 최근 실적과 관련해선 "그랑 콜레오스가 내수 판매를 견인하며 일시적인 반등을 이끌고 있지만 이 같은 '원히트' 전략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과거 티볼리로 흑자를 냈던 쌍용(KGM)의 사례처럼 한 차종이 성공하더라도 이를 이어갈 후속 히트 모델이 제때 따라붙지 않으면 전체 실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상품성과 소비층이 다른 차종을 연속적으로 투입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전략이 병행돼야만 시장 내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