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72억인데…입주민들 ‘1만원 더 내라’에 폭발한 이유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8-03 05:00:00

호텔식 조식 서비스, 고급 아파트서 줄줄이 철수
“원하긴 했지만, 돈은 못 낸다”…운영사도 손 떼

한때 고급 아파트의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주목받았던 ‘호텔식 다이닝 서비스’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비싼 집값에 걸맞은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기대했던 입주민들의 바람과 달리 현실적인 비용 부담과 낮은 이용률이라는 벽에 부딪힌 결과다.

‘호텔식 다이닝 서비스’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게티이미지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고급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는 단지 내 식사 서비스를 운영해온 신세계푸드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세계푸드는 그동안 입주민에게 한 끼당 약 1만5000원의 조식을 제공해왔으나 최근 수익성 악화로 인해 가구당 월 1만원 수준의 추가 요금이 필요하다는 내부 검토가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한 끼 1만5000원”…프리미엄 아침식사, 부담으로 돌아오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최고 35층, 23개동, 총 299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지난해 8월 입주가 시작됐다.
강남권 요지에 한강 조망까지 가능한 입지 덕분에 ‘국내 최고 수준의 랜드마크 단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 7월에는 전용면적 84㎡(34평형)의 실거래가가 7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위상에 걸맞은 고급 서비스를 요구한 일부 입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9월 신세계푸드와 단지 내 식사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운영 1년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공급업체 측에서 “지속적인 적자 구조로는 사업 유지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며 계약 종료가 확정됐다.

입주민 의견도 분명했다.

최근 진행된 입주민 투표에서 총 2260명이 참여한 가운데 과반수인 56.7%(1282명)가 재계약에 반대했다.
75.9%(1719명)는 추가 요금을 부담할 의사가 없다고 답변했다.
고급 서비스를 원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비용 부담에는 선을 긋겠다는 입장이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사례는 다른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단지 내 일부 식당 설치 공사를 중단했다.
일부 주민이 소음과 음식 냄새 문제로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다.

지난해에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에서도 입주자 측의 대금 미정산 문제로 식사 서비스가 일시 중단된 바 있다.

◆전문가들 “서비스 지속하려면 실사용 기반·참여율부터 갖춰야”

전문가들은 고급 아파트 단지 내 호텔식 식사 서비스가 국내 주거문화에 정착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내 주거문화에 정착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게티이미지

한 전문가는 “호텔식 다이닝은 고급 주거 단지의 새로운 실험이었지만, 높은 비용에 비해 실제 이용률이 낮고, 입주민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용 서비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참여율과 합의가 전제돼야 유지되는데 국내에선 아직 그런 기반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순히 집값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입주민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실제 생활 패턴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설계가 이뤄져야만 프리미엄 주거 모델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