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매장을 없앤다고?”…90곳 문 닫는 진짜 이유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8-02 05:00:00

좌석 없이 운영되던 픽업 전용 매장, 브랜드 철학 훼손 우려에 단계적 폐지…‘다시 스타벅스로’ 전략 본격화

세계 최대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좌석 없이 운영되는 ‘픽업 전용 매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비대면과 효율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브랜드 본연의 철학인 ‘따뜻함’, ‘환영받는 공간’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좌석 없이 운영되는 ‘픽업 전용 매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2일 업계에 따르면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픽업 전용 매장은 지나치게 거래 중심적이었다”며 “스타벅스를 정의하는 따뜻함과 인간적인 연결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좌석이 있는 기존 매장에서도 모바일 주문을 통해 픽업 매장 수준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픽업 전용 매장은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20년 당시 CEO였던 케빈 존슨 주도로 팬데믹 이후의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테이크아웃 특화 매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현재 미국 내에서 9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좌석·체류·환대…‘미래형 커피하우스’로 리브랜딩

브랜드 이미지와의 괴리, 고객 경험 약화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스타벅스는 결국 이러한 형태의 매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매장은 좌석과 체류 공간을 갖춘 기존 매장 형태로 전환될 예정이다.

니콜 CEO는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다시 스타벅스로(Back to Starbucks)’라는 경영 전략을 앞세워 자동화와 인력 감축이 아닌 브랜드 정체성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4분기에는 좌석과 드라이브 스루 기능을 모두 갖춘 ‘미래형 커피하우스’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방향성을 예고했다.

또한 메뉴 단순화, 매장 내 체류 경험 강화, 음료 제공 시간 4분 이내 단축 등 다양한 실적 개선 전략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다.

3분기 미국 내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하며 6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47% 급감한 5억5800만달러(약 7762억원)에 그쳐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전문가들 “속도보다 연결”…브랜드 가치 회복이 최우선

전문가들은 이번 픽업 매장 폐지를 단순한 운영 효율 조정이 아닌 스타벅스가 브랜드 철학을 재정립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 회복, 고객 충성도 강화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한 브랜드 전략 전문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속히 확산된 비대면·속도 중심 소비 문화는 스타벅스의 정체성과 충돌해 왔다”며 “이번 결정은 소비자와의 감성적 연결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니콜 CEO가 강조한 ‘인간적인 연결’은 단순히 좌석 유무의 문제가 아닌 스타벅스가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효율보다 머무르고 싶은 공간, 브랜드 체험의 가치를 다시 강조하려는 이번 변화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전략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 회복과 고객 충성도 강화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