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진전 없이 공전? '2+2 협의' 불발에 긴장감↑더팩트 기사제공: 2025-07-24 13:48:02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4일 '한미 2+2 통상협의' 취소 소식을 들은 뒤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통상협의'가 취소됐다. 이에 한미 관세 협상이 구체적인 진전 없이 사실상 공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4일 "미국과 예정됐던 '2+2 협상'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방미 일정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해당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2 통상협의'에는 한국 측에서 구 부총리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에서는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여할 예정이었다. 현재 여 본부장은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조만간 다시 협의 일정이 잡힐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미국 측은 조속한 시일 내 개최하자고 제의했고, 한미 양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며 "연기 요청 메일에서 미국 측은 여러 차례 미안하다고 언급하며 조속한 시일 내 일정을 잡자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 취소 이유로 언급된 '긴급한 일정'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협상 취소 배경과 관련한 사항을 파악 중이다.

'한미 2+2 통상협의'가 불발되면서 관세 이슈를 둘러싼 불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에 25%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으로, 실제 관세가 발효되면 주력 산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지난 23일 미국 출장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한미 2+2 통상협의'는 불발됐지만, 김 장관은 방미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할 계획이다. /남윤호 기자

사실상 협상이 공전 중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 DC 방문 후 이날 귀국할 예정이지만, 결과물에 큰 기대를 걸 상황이 아니라는 전언이 흘러나온다. 위 실장이 미국 측 거절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는 언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이 관세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일본이 전날 한국과 같은 기존 25%에서 10%포인트(p) 낮아진 15% 관세율 합의를 이뤄내면서 우리 정부의 부담은 커졌다. '일본만큼의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미국 측에 1000억달러(약 137조원) 이상의 현지 투자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만남에서도 미국 현지 투자 계획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2+2 통상협의' 취소와 별개로 다른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관세 협상 관련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미국 측 만남이 대표적이다. 김 장관은 여 본부장과 함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과 산업·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김 장관, 여 본부장과 미국 측 협의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