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현실적인 드림카 폭스바겐의 대형 SUV 투아렉 시승
프리미엄 SUV 답게 고객 만족에 신경 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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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첫 시간에는 폭스바겐 투아렉의 소문과 사실을 점검했다. /상암=오승혁 기 |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넘쳐 나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팩트’는 귀하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하지 않는다. 이제 ‘팩트 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더팩트｜인천=오승혁·이환호 기자] "1억이면 BMW나 벤츠로 가지, 누가 폭스바겐을 사요?"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16일 오전부터 18일 아침 출근길까지 이틀간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대형 SUV 신형 투아렉 프레스티지와 함께 하며 200km 가량을 주행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더팩트> 본사에서 주요 취재 장소인 인천국제공항을 왕복했고, 다양한 주행 환경과 주차장을 체험하기 위해 인천 무의도와 김포현대아울렛 등을 방문했다. 시승한 차량은 작년 8월 출시된 3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 프레스티지 트림이다.
폭스바겐 '투아렉'을 시승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1억원이라는 가격에 대한 반문이다. '독3사'(독일 3대 수입차 브랜드 BMW, 벤츠, 아우디)에 비해 같은 독일 기업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폭스바겐은 럭셔리보다는 가성비 수입차의 이미지가 강하게 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투아렉은 1억원을 호가하는 폭스바겐의 프리미엄 SUV 차량이다. 1억원이라는 가격만 보면 분명 의문이 든다. "과연 그 돈값을 하냐"는 질문에 직접 운전대를 잡고, 출퇴근과 나들이에 이용하며 다양한 의문과 궁금증을 풀어봤다.
Q1. "투아렉이 1억원 넘는다고요? 진짜 그 돈값 하나요?"
A. 신형 투아렉의 가격은 프레스티지 1억99만원, R-라인 1억699만원이다.
돈값은 한다. ‘조용한 명품’에 가까운 SUV다. 독일차 중에서도 ‘국민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폭스바겐에게 1억 원대 SUV는 무리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주행해보면 조용한 실내, 안정적인 승차감, 예측 가능한 핸들링 모두에서 확실히 신경 쓴 점을 느낄 수 있다.
비가 많이 내리고 하늘이 어두웠던 날, <더팩트>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수령한 투아렉의 첫인상은 '밝음'이었다. 전작 대비 그릴과 헤드라이트 연결 부분과 하부 범퍼가 넓어졌다. 여기에 새로 적용된 'IQ.라이트 H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에 박힌 3만8000개의 LED가 빈 자리 없이 빛을 밝혔다.
12인치 콕핏과 15인치 디스플레이와 개방감이 탁월한 선 루프, 운전석과 조수석의 마사지 기능 모두 투아렉을 타는 이들의 만족도 상승에 기여한다.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 가득 차있는 기름과 함께 1000km 넘게 뜬 '주행가능거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준 점도 만족도 향상을 도왔다. 10.8km/L 공인 연비에 연료탱크가 90L다. '이 차 타면 주유소는 가끔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A897 evo3 V6 3.0 TDI 엔진을 탑재했고,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과 8단 자동 변속기의 결합으로 최고출력 286마력, 1750~3250rpm의 영역에서 61.2 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6기통 디젤 엔진 덕에 인천국제공항을 고속도로로 왕복했을 때는 13km/L 수준으로 공인 보다 더 높은 연비가 나왔다. 시내 주행에서는 11.5km/L로 연비가 다소 떨어졌지만 그래도 공인 대비 높았다.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 차'라는 뜻을 갖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흑역사지만 기업의 시작인 만큼 불편한 진실을 언급해야 한다. 나치당이 1933년 집권 후 노동자 계층의 환심을 사고 이들의 레저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히틀러가 포르쉐를 만든 공학박사 페르디난트 포르셰에게 '국민 차'를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폭스바겐은 시작됐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을 '현실적인 드림카'로 꼽는 이들이 많다. 국민의 차란 뜻 그대로, 많은 유럽 현지인들에게 "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차"라는 평가다. 1억원이라는 가격은 현실적인 드림카라고 불리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누군가의 드림이 되기에 충분한 승차감과 만족도다.
Q2. "차 디자인이 너무 평범한 거 아니에요?"
A. 평범한 게 아니라 ‘묵직하게 존재감 있는’ 디자인이라고 평하고 싶다. 회사, 쇼핑몰, 인천국제공항, 식당 등 여러 주차장에 세우고 주변의 차들과 비교해봤다. 엄청 튀진 않지만, 분명히 눈에 들어온다.
다만 차체가 큰 만큼 주차장 크기가 작은 곳이 많은 한국의 주행 환경에서 주차가 까다로울 수 있다. 또 차량의 충격 감지 센서가 상당히 예민한 편이라 '안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자신 있게 들어갔는데 크고 빠르게 들리는 경고음에 피로를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주차장에서 디자인적인 측면만 보자면, 투박하지만 확실하게 눈에 들어 온다. 화려해서 질릴 것 같지는 않고, 무던하게 오래 갈 느낌이다. 차가 커서 운전하기 까다롭겠다는 선입견과 달리 핸들이 가볍고 차의 반응이 빨라 좁은 길에서도 차선을 변경하고, 갓길에 주차된 차를 피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침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 올라 운전석 시트의 통풍과 마사지 기능을 모두 켜고 운전하니 그야말로 '성공'이 잠시나마 손에 잡힌 기분이 들었다.
Q3. "같은 뼈대 썼다면서요? 카이엔, Q7이랑 진짜 같아요?"
A. 기본 플랫폼은 같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과 MLB Evo 플랫폼을 공유한다. 뼈대와 주요 구동 시스템이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부 인테리어, 서스펜션 세팅, 주행 감성은 브랜드에 따라 다르다.
투아렉이 묵직하고 안정적이라면, 카이엔은 날렵하고 아우디는 정제미를 주는 방식으로 같은 건축 설계도를 갖고 각각의 브랜드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인테리어, 엑스테리어를 했다고 보면 된다.
투아렉은 길이 4900㎜, 너비 1985㎜, 높이 1685㎜이며 휠베이스 역시 2899㎜다. 평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선호하는 기자도 '대형 SUV라고 하면 딱 어울리는 투아렉의 디자인' 그 자체가 매력으로 느껴졌다.
다만 정숙한 디젤이라고 해도 디젤의 특성상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면 소음이 발생한다. 최근 BMW X5 하이브리드 신형을 시승했던 기자와 동승자는 고속도로에서 "확실히 상대적으로 소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Q4. "투아렉, 중국산이에요?"
A. 아니다. ‘독일차’는 아니지만, ‘유럽차’는 맞다. 투아렉은 2002년 출시부터 지금까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공장에서만 생산된다. 이곳은 폭스바겐 그룹의 핵심 SUV 생산 기지로, 포르쉐, 아우디, 스코다 등의 대형 SUV가 함께 생산된다. 독일 본토는 아니지만, 독일 기술과 품질관리 시스템 하에서 생산된다. 중국 현지 조립이나 생산은 없다.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면서 중국 각지의 택시 등에 폭스바겐 차량이 쓰이면서 '중국 생산'이라는 오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오해는 잘못됐다. 자동차등록증과 차량 내부에 적힌 차대번호를 통해 슬로바키아 공장 코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Q5. "결국 폭스바겐이니까 가성비 아닌가요?"
A. 폭스바겐 = 가성비는 이제 옛말. '실용 프리미엄'이 맞다.
폭스바겐은 여전히 대중 브랜드지만, 투아렉은 그중에서도 플래그십. 단순히 가성비를 노리는 모델이 아니다. 대신 브랜드보다 ‘차의 본질’을 보고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린다.
투아렉을 타보기 전까지는 '1억원을 왜 여기에'라는 의문이 가득했다면 주행은 이 질문을 납득과 이해로 바꾸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