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 만에 인수가 터치 후 20% '폭락'
지난 9일 자사주 지급 발표에도 소폭 반등 그쳐
보통주 집중된 정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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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 대비 1.19% 내린 6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개월 기준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한 수치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한림 기자]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로 주인이 바뀐 남양유업은 책임 있는 경영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한앤코 체제에서 홍원식 전 회장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빠르게 해소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주가 추이는 한앤코 체제에서 책임 있는 모습을 꾸준히 이어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와 관심이 쏠린다. 임직원들에 자사주를 지급하거나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발표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면서 지난 5월 주가가 인수가 수준까지 뛰어올랐으나 다시 내리막을 걸으면서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어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9일 전 거래일 대비 3.70% 오른 6만7200원에 거래됐다. 최근 3개월 기준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된 6월 26일(6만1900원) 대비 8.56% 오른 수치다.
남양유업의 강세는 이날 한앤코가 직원 1인당 자사 보통주 16주를 무상으로 지급한다고 결의해 직원 1명당 약 104만원이 무상 지급된다는 소식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한앤코도 기습적인 자사주 지급 결정에 대해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후 처음으로 직원들과 성과를 공유하는 차원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남양유업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은 "이번 자사주 지급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과거 오너 리스크를 극복하고 회사를 함께 만들어갈 동반자로서 신뢰와 책임을 나누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13만1346주(8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오는 18일 소각한다고 덧붙였다. 자사주 지급과 소각 계획 발표 등이 주가 상승에 일시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앤코의 이러한 남양유업 주주가치 제고 계획 발표에도 주가가 기대만큼 더 오르지 않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승 모멘텀을 등에 업은 9일 종가가 최근 3개월 기준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음에도 같은 기간 주가가 가장 높았고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할 때 매입가(8만2000원)를 달성한 5월 9일 8만3800원 대비로는 여전히 19.80% 내려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 추이도 신통치 않다. 5월 초 고점을 찍었다가 26% 넘게 급락해 6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후 다시 7월부터 소폭 반등한 형태지만 6만3000원대에서 6만7000원대를 오가는데 그친다. 10일 장에서도 하락 마감하면서 자사주 소재는 하루 만에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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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앤컴퍼니 회장인 윤여을 남양유업 이사회 의장(가운데)이 9일 남양유업 '극복과 도약, 동반 성장 선포식'에서 이동춘 남양유업 기타비상무이사(왼쪽부터), 문을태 남양유업 노조위원장,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와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날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104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무상 지급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
시장의 관심도도 소외주급 수준으로 멀어지고 있다. 최근 일일 평균 거래량은 최근 10거래일 기준 1만주를 넘지 않고 10일 장에서도 1만주에 못 미치는 8000주가량만 거래됐다. 투자 의견이나 목표가를 제시하는 증권가 리포트도 1년째 무성하다.
남양유업이 속해 있는 코스피의 강세와 대조적인 모습도 주주들의 좌절감을 더한다. 코스피는 6월 4일 새 정부 출범 후 증시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3년 9개월 만에 3100선을 넘어가는 등 역사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남양유업은 공교롭게도 6월부터 급락해 왔다.
코스피는 정부의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정책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에 더해 테마주 중심의 종목별 변동성 확대가 배제되고 기초 펀더멘탈이 단단한 기업들에 외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수급이 뒷받침되면서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남양유업은 이 기간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지 못한 종목이 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주주들 사이에서는 한앤코의 주주환원책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한 후 지난해 3분기 마침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단 1억원에 그쳐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자사주 활용 주주가치 제고 정책은 반기지만 주주권리 보호나 배당정책 등은 부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호평을 받던 자사주 정책 역시 보통주에만 집중되면서 우선주는 소외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남양유업 우선주 소액주주연대가 최근 "우선주 주주들은 자사주 정책에서 배제됐다"며 150억원 규모의 우선주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것을 한앤코에 제안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선주 주주연대는 올해에만 두 차례 한앤코에 주주서한을 보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우선주는 10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23% 내린 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보통주 대비 30% 넘게 내려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주의 주당 순이익이 늘어나면 우선주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보통주에 집중된 자사주 활용 정책이 무조건 우선주만 소외된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지만, 보통주의 주가 흐름 자체가 최근 좋지 않다보니 최대주주인 한앤코를 향한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나왔던 올해 3~4월 이후에는 남양유업 주가가 양호했으나 올해 1분기 실적이 나온 6월부터 흐름이 악화했다. 3000선을 넘어선 코스피 강세 후 투자자들의 심리 판단 기준도 펀더멘탈에 집중되면서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적이 개선돼야 주가 흐름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