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1994년 LG 트윈스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신바람 야구’의 전설로 남은 이광환 전 감독이 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제주 소재 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며 하늘로 향했다.
이광환 전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야구 동반자인 박용진 전 LG·삼성·태평양·한화 2군 감독은 SNS를 통해 추모의 글을 전했다.
“광환아, 이제 너를 하늘로 떠나보낸다.
우리는 1961년 대구중학의 같은 반에서 처음 만났고, 그때부터 야구를 인생에 새긴 소년들이었지”라며 글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육군야구부 동기였고, 고교 시절에는 선린(박용진)-중앙고(이광환) 감독으로 맞대결을 벌였다.
이후 LG와 한화에서는 각각 1군·2군 감독으로 재회했다.
박 전 감독은 “1군과 2군을 거의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한 일은 어느 감독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광환 전 감독은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고, 이후 투수 분업화, 선발 로테이션, 과학적 훈련 시스템을 KBO에 처음 도입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89년 OB베어스 감독으로 프로 지휘봉을 잡은 뒤, LG, 한화, 우리 히어로즈 등 4개 구단을 이끌며 통산 608승을 올렸다.
1994년 LG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신바람 야구’는 그를 명장 반열에 올려놓았다.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KBO 육성위원장(20062007, 20132019), KBO 베이스볼 아카데미 원장(2010~2015) 등을 맡으며 유소년 육성과 지도자 양성에 힘을 쏟았다.
박용진 감독은 “넌 늘 야구를 사랑했고, 사람을 믿었으며, 낭만이 있었다.
후배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할 줄 알았던 진정한 지도자였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광환아, 부디 하늘의 야구장에서 평안히 지내길. 너의 삶, 철학, 미소는 이 땅 위에 여전히 숨 쉬고 있을 것이다.
2018년 내 아내를 만나게 해준 것도 너였다.
그 인연 하나로 나는 평생 너에게 감사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이광환 전 감독의 장례는 야구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추모글 전문
하늘로 떠난 나의 영원한 친구, 이광환 감독에게
나의 영원한 친구, 광환아.
이제 너를 하늘로 떠나보내며, 마음 깊은 곳에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낸다.
1961년, 대구 중학의 교정에서 같은 반에서 너와 처음 만난 그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
너는 유격수로 정말 야구를 예쁘게 잘했지, 국가대표 출신 고병호 감독, 서영무 감독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였고, 너는 야구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으며 공부도 잘한 야구선수였잖나, 어느 수학시간에 앞에 불려 나가 어려운 문제를 술술 풀던 장면도 눈에 선하다.
세월이 흘러 야구공 하나에 온 꿈을 실었던 소년들이 어느덧 육군야구부의 동료로, 고교야구의 지도자로, 그리고 프로 무대의 동반자로 함께 걸어온 지 벌써 60여 년이 훌쩍 넘었구나.
광환아, 너는 강한 직구처럼 정직했고, 누구보다도 타인을 존중하는 넉넉한 마음을 지녔지. 음악을 아는 사람으로 기타 치며, 독서 모임을 만들고 낭만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나, 유유자적의 삶을 살았던 사람,
나는 2군 감독으로 너는 1군 감독으로 LG, 한화에서 두 번의 만남은 너무나 소중한 만남이었다.
1군, 2군을 거의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한 일은 어느 감독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육군 시절, 우리는 같은 유니폼 입고 땀을 흘렸고, 고교감독 시절엔 서로의 벤치 싸움 속에서도 결국엔 존경과 우정을 잃지 않았지. 나는 선린 감독으로 너는 중앙고 감독으로 동대문 야구장에서 경기는 늘 너의 번쩍이는 지략으로 경기하기가 무척 힘들었었지,
그리고 LG와 한화, 프로의 무대에서도 우리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서로를 향한 믿음은 언제나 하나였고, 굳건했단다.
너는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배워온 선진야구의 이론과 테크닉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거기서 배워온 아이디어를 팀에 접목하려 애썼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단다.
팀을 창조적으로 변화시켰고 때로는 이 창조성을 이해 못 해 비난도 받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옳은 것이 되었고, 너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율야구, 야구는 모르는 기라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넌 늘 야구를 사랑했고, 사람을 믿었으며, 낭만이 있었다.
후배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할 줄 알았던 진정한 지도자였지.
이제 너는 하늘의 야구장으로 떠났지만, 너의 삶, 너의 철학, 너의 미소는 이 땅 위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광환아, 너는 내 인생에 야구만 남긴 사람이 아니었다.
2018년, 하늘로 먼저 떠난 나의 아내를 처음 만나게 해준 이도 바로 너였지. 그 인연 하나가 내 삶을 바꾸었고, 나는 한평생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으로 너를 기억하며 살아왔다.
너는 내 인생에 소중한 사람을 선물해준 친구였고, 언제나 곁에서 나를 일으켜준 버팀목이었다.
그 따뜻한 마음, 그 깊은 우정, 이제는 하늘 아래에서 다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광환아, 부디 그곳에서 평안히, 환한 미소로 우리를 지켜봐 주길.
2025년 7월. 너의 벗, 박용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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