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법이 허용하는 방어 수단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던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맞불 보복 관세 계획은 없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대신 그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국제 규범 절차를 택해 외교 기조를 완화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서 브릭스(BRICS)와의 공동 대응 가능성도 내비쳤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9) 브라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국산 제품에 50%라는 초고율 수입 관세를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79) 미 대통령에 대해 "대화할 뜻이 없는 미국 정상과의 직접 대화는 내게 굴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않고 통화할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제 직감으로는 그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으며, 저는 굴욕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2003∼2010년에 이어 2023년부터 브라질을 이끄는 룰라 대통령은 "미국 정상에게 연락을 서두르지 않되, 장관급 회의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대미 보복성) 상호 관세를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맞불 관세를 시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던 이전과 달리 실제 행동은 자제하며 톤을 낮춘 모습이다.
미국과의 정면 충돌은 피하되, 협상 여지는 남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브라질 정부 자체 분석과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미국이 부과한 50% 고율관세가 브라질 경제 전반을 흔들 만큼의 충격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라질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불과하며, 50%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은 브라질 전체 수출의 약 36%다.
이는 룰라 대통령이 다른 서방 국가 지도자보다 더 강하게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상호 관세 통보 이후 대미 교역 규모가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1.7%에 그치며, 양국 교역에서도 브라질이 적자 상태임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브릭스 연대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 관세에 대한 공동 대응 가능성 모색을 위해 브릭스 정상들과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중국과 인도에 먼저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쿠데타 모의 혐의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70) 전 대통령 재판을 새로운 관세 부과 배경으로 연결 짓는 트럼프 때문에 "미국과 브라질 관계가 200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은 "(대법관들은) 트럼프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아야 하며, 신경 써서도 안 된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 같은 주권 국가에 규칙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과 연계해 브라질산 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브라질은 미국에 공식 협의를 요청했으며, 미국은 10일 안에 입장을 표명하고 60일 안에 양자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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