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올 9월부터 하루 54만7000배럴을 추가 증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약 2년간 이어온 감산 전략을 사실상 종료했다.
시장에선 하반기 공급 과잉으로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하고, 전 세계 에너지 기업 실적 악화와 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OPEC+는 9월부터 하루 54만7000배럴을 추가로 증산하기로 결정했다.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 협의체로 세계 원유의 절반가량을 공급한다.
이번 결정은 2024년 1월 시작된 감산 합의의 종식을 의미한다고 FT는 짚었다.
OPEC+는 전기차 확산과 중국의 원유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220만배럴씩 자발적으로 감산해왔다.
당초 3개월만 유지될 예정이었던 감산 조치는 국제유가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브라질·캐나다의 생산량이 늘면서 OPEC+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자,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증산 요구와 생산 쿼터 불이행 등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불거졌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OPEC+는 작년 12월 올해 3월부터 감산을 점진적으로 철회할 방침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UAE에는 하루 30만배럴 추가 증산이 허용됐다.
지금까지 시장은 OPEC+의 추가 공급을 흡수해왔다.
여름 휴가철 여행 수요가 이를 떠받쳤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근월물 선물 가격은 4~5월 사이 19% 급락하며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해 3일 배럴당 69.22달러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따른 갑작스러운 공급 차질 우려와 미국의 연이은 무역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브렌트유 급등 배경으로 거론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 가격은 3일 0.58% 떨어져 배럴당 66.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OPEC+의 증산 전망이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2025년 하반기 공급 과잉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올겨울에는 원유 수급 불균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공급이 수요를 웃돌아 유가가 내년에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애널리스트들이 2026년 2분기 유가를 배럴당 63달러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관세 리스크와 수요 둔화를 유가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OPEC+의 공급 확대는 장기적으로 유가를 낮추고, 이는 전 세계 에너지 기업 실적 악화 및 인플레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엑손모빌의 2분기 이익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OPEC+가 생산량을 늘리면서 유가가 폭락했기 때문이었다.
비(非)OPEC 생산국들은 향후 생산 둔화가 예상된다.
2026~2027년에는 가격 하락으로 인해 미국을 중심으로 증산 유인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는 비OPEC 산유국의 하루 원유 생산 증가폭이 2025년 약 140만배럴에서 2027년 약 9만1000배럴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공급 조절 영향으로 2026~2027년 유가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FT는 "공급 증가세 둔화가 지속되면 비OPEC 산유국들의 생산 확대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유가를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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