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받아야"…외교 수단이 된 노벨평화상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8-04 10:34: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집착하며 노벨상이 외교에서 아부 수단이 되고 있다고 AFP 통신이 3일(현지시간) 짚었다.

최근 캄보디아의 순짠톨 부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노벨위원회에 보낸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달했다.
파키스탄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와의 휴전을 중재했다며 노벨평화상 후보에 공식 추천한다고 밝혔다.
가봉, 모리타니, 세네갈, 라이베리아, 기니비사우 등 아프리카 5개국 정상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추켜세웠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이미 받아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래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건의 평화 협정이나 휴전을 중재했다"고 주장했다.
그 사례로는 인도와 파키스탄, 캄보디아와 태국,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세르비아와 코소보 등 중재 사례를 들었다.
또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한 것도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첫날 종식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 전쟁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스스로 노벨평화상을 원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지난 2월 "나는 수상할 자격이 있는데 그들은 절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이란에서 어떤 성과를 내더라도, 무슨 일을 하더라도 노벨 평화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불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지명되는 것조차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 역사 및 정치 연구가인 에마 쇼티스는 비영리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하는 것은 도그쇼에 하이에나를 투입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대한 집착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선거 운동 당시 "내 이름이 오바마였더라면 10초 만에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개럿 마틴 아메리칸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뜻을 둔 10여년 전부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끊임없이 자신을 대조하며 경쟁 구도를 만들어왔다"고 짚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9개월 만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공개된 노벨평화상 후보자 명단은 추천인이 개별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한 비공개이지만, 추천자 수는 공개된다.
올해 총 338명이 후보로 추천됐다.
일부 베팅 사이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에 이어 2위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