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수준의 손상…“흡연·과음과 맞먹는 건강 위협”
한반도가 연일 펄펄 끓고 있다.
기상청의 폭염특보는 좀처럼 해제될 기미가 없고,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나든다.
땀으로 범벅이 되는 불편을 넘어 신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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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적인 고온 노출은 단순한 피로감이나 탈수를 넘어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게티이미지 |
전문가들은 그 영향이 흡연이나 과음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32도 이상 지역, 노화 최대 14개월 빨라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중 절반 이상 기온이 32도 이상인 지역 거주민의 생물학적 노화가 그렇지 않은 지역 거주민보다 최대 14개월 더 빠르게 진행됐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결과는 연령, 소득, 건강 습관 등 변수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유의미하게 유지됐다.
최은영 USC 노인학과 박사는 “장기간 폭염에 노출되면 세포 기능과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흡연·음주와 유사한 수준의 신체 부담을 준다”며 “폭염을 단순한 기후 현상이 아닌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장부터 면역계까지…신체 전반에 부담
폭염은 단일 기관이 아닌, 인체 전체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심혈관계, 신경계, 신장, 면역계 등 주요 생리 시스템이 고온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심장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류를 피부로 보내며 더 빠르게 뛴다.
신경계는 과열로 혼란, 집중력 저하, 기억력 문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신장은 수분 보존 기능을 강화하려다 오히려 탈수와 기능 손상을 겪는다.
면역계는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감염과 유사한 신체 반응을 유발한다.
이러한 생리 반응은 단기적으로는 몸을 보호하려는 작용이지만, 장기간 반복되면 신체 회복력 저하와 만성 피로, 나아가 조기 질환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심장 전문의는 “폭염 속 신체는 항상 과열된 엔진처럼 작동하게 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각 기관이 서서히 망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기능까지 바꾸는 ‘열 스트레스’
고온 노출은 신체의 물리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유전자의 기능적 변화도 초래한다.
최근 연구들은 고온이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변화, DNA 메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에 화학적 표식을 붙여 발현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다.
USC 연구진은 고온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의 염증, 면역, 대사, 세포 회복 관련 유전자에서 DNA 메틸화 변화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고온 노출 이후에도 장기간 유지돼 감염 대응력 저하, 염증 과민 반응, 조기 노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폭염이 일시적인 불편이 아닌 장기적인 건강 위험 요인이 되는 이유다.
◆“폭염은 재난”…개인·사회 모두 대응 나서야
전문가들은 폭염을 단순한 더위로 인식하지 말고 기후 재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폭염은 신체 전반의 기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지속적 스트레스”라며 “유전자의 작동 방식마저 왜곡시킬 수 있는 생물학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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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을 ‘견디는 날씨’가 아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건강 위협으로 인식해야 한다. 게티이미지 |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 열섬 완화를 위한 공원·녹지 확대, 가로수 식재 △버스 정류장 그늘막, 물 분사 장치 설치 확대 △냉방 취약 계층 대상 지원 제도 강화 등 공공 차원의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환경보건 전문가는 “기후위기 시대, 폭염은 하나의 자연재해”라며 “공공 인프라 없이 생물학적 노화와 건강 악화를 막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폭염은 단순한 불쾌함이나 일시적 스트레스를 넘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이제는 폭염을 ‘견디는 날씨’가 아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건강 위협으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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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