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관세로 브라질 때린 트럼프, 이젠 룰라에 “협상하자”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8-02 10:05:03

“나는 브라질 국민 사랑… 잘못은 정부에”
룰라도 “대화에 열려 있다”며 적극 호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미국·브라질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트럼프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협상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룰라도 “브라질은 항상 대화에 열려 있다”며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룰라)는 원할 때 언제든 나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브라질 국민을 좋아한다”며 “잘못을 저지른 쪽은 브라질 정부 운영자들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잘못’이란 트럼프와 절친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내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진보 성향이 뚜렷한 룰라에게 패배했다.
이듬해인 2023년 1월 룰라가 새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브라질리아의 연방정부 청사를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브라질 검찰은 난동의 배후에 보우소나루가 있다고 의심해 그를 내란 혐의로 기소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보우소나루가 재판 도중 해외로 도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 그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보우소나루가 지지자들을 계속 선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금지령까지 내렸다.

그러자 트럼프는 “보우소나루에 대한 모든 수사와 재판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구명 운동에 나섰다.
미국과 세계 각국 간에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는 브라질에만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보우소나루 재판에 관여하는 브라질 대법관을 겨냥한 제재도 발표했다.

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최근 “브라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룰라는 트럼프의 이 같은 조치들에 대해 “부당한 내정 간섭”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막상 트럼프가 협상 의사를 밝히자 응할 뜻을 내비쳤다.
조만간 페르난두 하다드 브라질 재무부 장관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화상 회담을 갖고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는 남미 최대국인 브라질과의 정상회담 개최도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하다드는 룰라가 트럼프 면전에서 모욕을 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룰라와 트럼프 간 정상회담에 대해 “올해 초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받은 무례한 대우를 룰라 대통령은 결코 겪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