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유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미사일 재고 중 25% 이상이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 벌인 교전에서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에 10발 남짓 재고가 충원되는 사드 미사일 재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한국을 비롯해 곳곳에 배치된 사드 방어체계의 대응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N은 2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미군이 지난 6월 이스라엘과 이란간 벌어진 12일간 교전에서 사드 미사일을 100~150발 소진했다"며 "이는 전체 사드 미사일 재고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을 막는데 많은 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 6월13일부터 25일까지 12일에 걸쳐 탄도미사일, 드론, 전투기 등을 동원해 상대국 수도 및 주요 대도시에 대한 대규모 폭격작전에 돌입했다.
해당 기간동안 이란은 약 570발 이상의 미사일과 자폭용 드론을 발사했고, 이스라엘군은 이중 86% 정도를 요격하는데 성공했다.
미군의 사드 미사일도 이란 탄도미사일 요격에 많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는 지구 대기권 밖에서부터 중거리, 준중거리, 단거리 미사일을 단계별로 발사해 적군의 탄도미사일 및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이동식 포대다.
각 포대는 6개의 발사대와 48기의 요격무기로 구성돼있으며, 포대당 95명의 병력이 투입된다.
제조업체는 록히드마틴으로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에 따르면 미사일 1기당 가격은 1270만달러(약 176억원)에 달한다.
현재 미군이 보유한 사드 포대는 총 9기이며 실제 배치돼 운용 중인 포대는 7기로 알려져있다.
미국 국토 방어를 위해 텍사스주에 5기가 배치돼있고 괌에 1기가, 나머지 1기는 한국에 배치돼 주한미군이 운용 중이다.
지난해 텍사스주에 배치됐던 사드 중 2기가 이스라엘로 보내졌다.
이스라엘과 이란 교전에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사드 미사일이 소진되면서 향후 전세계에 배치된 사드포대 전체 재고 부족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에서 사드 미사일이 1년에 10발 정도 새로 충원되는 상황에서 중동 교전 장기화로 사용량이 더 늘어나게 되면 재고가 바닥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회계연도(2023년 10월1일~2024년 9월30일) 동안 11기의 사드 미사일을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구매했으며, 이번 회계연도(2024년 10월1일~2025년 9월30일)에 12기를 더 구매할 계획이다.
사드 미사일 자체 가격이 1기당 우리 돈 170억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인데다 생산시간도 오래 걸려 많은 양을 한꺼번에 충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는 사드 미사일 부족 문제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다.
킹슬리 윌슨 국방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미군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임무든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며 "추가 증거가 필요하면 미드나잇 해머 작전과 이란의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CNN은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재고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에 작전 보안 문제를 이유로 거부를 표했고, 모든 위협에 대응할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며 "하지만 미사일 방어 전문가들은 미국이 계속해서 막대한 사드 지출을 감당할 여력이 없고, 사드 미사일 자체가 매우 부족한 상황임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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