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英·佛 찬성해도 美 반대하면 어려워”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31 09:18:23

트럼프, ‘이스라엘 지지’ 입장 확고
英 싱크탱크 “백악관 태도가 핵심”

프랑스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기로 한 뒤 캐나다와 영국도 비슷한 의사를 밝혔다.
영국·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그리고 주요 7개국(G7)의 일원으로 유럽을 대표하는 강대국이다.
캐나다 역시 G7 회원국이다.
다만 친(親)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미국에선 “영국·프랑스가 뭘 하든 그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냉소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29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오는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dpa, AP 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니는 가자 지구에 기반을 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겨냥해 “팔레스타인의 미래 정부에서 아무런 역할도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는 “팔레스타인이 2026년까지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하고 비무장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도 했다.

캐나다에 앞서 지난 29일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9월 유엔총회에 맞춰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2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승인을 선언한 이후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동등한 주권국으로 만드는 일명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 세계 주요국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가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인 것은 맞으나 그들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당장 영국·프랑스와 더불어 유럽의 3대 강국이자 유럽연합(EU) 지도국인 독일은 회의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해 “두 국가 해법을 실현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독일 정부는 언론 등에서 문의가 잇따르자 “단기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승인할 계획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G7 회원국 가운데 독일은 물론 일본과 이탈리아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소극적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UPI연합뉴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태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가장 먼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는 등 친이스라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프랑스에 이어 영국을 향해서도 “(팔레스타인 승인은) 10월7일 희생자들을 배신하는 처사이자 하마스에게 보상을 주는 조치”라고 날을 세웠다.
현재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2023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가량을 인질로 붙잡은 행위가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앞서 마크롱이 팔레스타인 승인 방침을 밝혔을 때 트럼프는 “마크롱의 말은 중요하지 않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깎아내리는 등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요시 메켈버그는 “영국 또는 프랑스의 승인만으로 팔레스타인이 국제적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백악관이 반대하는 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