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 합의 성사를 위해 총력전에 나선 한국 정부에 최고이자 최후의 협상안을 가져오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8월1일 상호관세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미국이 추가 양보를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최고위급 협상 채널을 총동원하며 전방위 대응에 착수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한국 측 인사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최종 무역 제안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bring it all)"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특히 미국이 이미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주요 교역국들과 연이어 무역 합의를 타결한 상황에서, 한국과의 새로운 협정 체결이 왜 필요한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한국 협상단이 자신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찾아왔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 등 한국 측 협상단은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순방 일정에 동행하는 러트닉 장관의 동선을 따라가며 현지에서 추가 협상을 이어갔다.
현재 미국은 영국을 시작으로 일본, EU,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 무역 합의를 마쳤다.
특히 일본, EU와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고, 향후 반도체 품목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한국에 막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국 대비 불이익을 피하려면 관세를 15% 이하로 낮추는 것이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15%를 관세 하한선으로 못 박은 상황이어서, 이조차도 대규모 투자와 시장 개방 카드를 내밀어야만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투자 규모 측면에서 한미 간 간극은 크다.
앞서 우리 정부는 1000억달러＋α(알파)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했지만, 이는 일본(5500억달러), 유럽(6000억달러)은 물론 미국이 당초 요구한 4000억달러 규모에도 크게 못 미친다.
결국 이 투자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협상 타결의 핵심 관건이다.
현재 한국은 25%에 달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을 15%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 확대는 물론 농산물 등 시장 개방, 조선업 협력 등 다양한 카드를 총동원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워 대미 설득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러트닉 장관이 한국 측과의 협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는 경제·산업·통상·외교 등 최고위급 협상 채널을 모두 가동해 상호관세 유예 종료 전 미국의 관세를 15% 이하로 낮추기 위한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러트닉 장관과 통상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배석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30일 워싱턴 D.C에 도착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동하며 힘을 보탤 예정이다.
구 부총리는 오는 3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할 최종 담판에 나선다.
그는 이날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베선트 장관을 만나면 한국이 준비한 프로그램과 한국의 상황, 한미 간 경제 협력을 할 사업에 대해 잘 설명할 것"이라며 "국익을 중심으로 하되, 양국 간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대미 투자 주체인 한국 기업인들도 속속 워싱턴 D.C.에 집결해 협상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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