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규제완화로 주택 공급 드라이브…서울시 '승부수'더팩트 기사제공: 2025-07-30 00:12:01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과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주택시장이 정체 국면에 빠진 가운데, 서울시가 ‘선(先)공급’ 전략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단기적 수요 억제보다는 공급을 통한 구조적 해법에 초점을 맞추고, 정비사업 촉진, 규제 완화, 공공주택 진흥기금 신설 등 전방위적인 공급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시의 이 같은 '공급 드라이브'는 단순한 물량 확보를 넘어, 위축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장기적인 주거안정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서울시가 최근 내놓은 공급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속도, 민간 유인, 정책 기반이다. 그동안 정비사업이 지나치게 긴 시간과 복잡한 절차로 답보 상태에 놓인 점을 고려해, 절차 간소화와 조례 개정 등을 통해 공급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최근 발표된 '주택공급 촉진방안'이 있다. 서울시는 현재 평균 18.5년 이상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13년 수준으로 단축하기 위해 정비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전 과정을 압축하고, 공정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중구 신당9구역을 방문해 "공공에서 진행할 수 있는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연간 4만5000가구씩 확보해서 내년까지 총 30만가구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민간 협력형 공공주택 모델도 본격 추진 중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연간 2000억원, 10년간 총 2조원 규모의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조성해 공공주택 2만5000호 공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민간 시공사가 기금을 저리로 융자받아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그 이익의 일부를 다시 공공에 환원하는 구조다. 단순 보조금이 아닌, 투자 회수와 재투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오세훈 시장은 이 모델의 설계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빈의 임대주택 공급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실제로 진흥기금 구상은 오 시장이 올 초 빈 출장을 다녀온 이후 본격화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후 신당9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서울시

◆규제 풀고 절차 줄인다…신속통합기획과 병행

공급 확대를 위한 구조적 보완도 진행 중이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2021년부터 추진해온 '신속통합기획'은 정비사업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방식으로 지정된 정비구역은 19만4000호에 달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31만2000호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최근엔 '조합 직접설립 보조금 지원' 요건을 완화해 정비사업 추진을 앞당기는 내용의 규제혁신 115호를 발표했다. 실제로 자양4동 A구역은 해당 제도의 첫 적용 대상지가 되어 최소 6개월 이상 사업 절차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시는 정비사업 관련 제도를 유연하게 조정하면서도, 사업성 강화와 주민 설득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주택부동산정책수석' 신설 등 조직 정비도 이 같은 행정력 강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책 방향에 대한 부동산 업계의 반응은 기대와 신중함이 교차한다. 특히 정비사업 속도전은 장기적으로는 실입주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단기적 체감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현장에서는 고금리와 자금 조달 환경 등에 따른 민간 사업자들이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기금 융자 조건, 수익성 설계, 인허가 절차 등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민간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