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적기이자 최대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의 전산시스템이 해킹 공격을 당해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공공 서비스가 해커 위협을 받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아에로플로트의 텔레그램 공지를 인용해 모스크바 등 러시아 전역 도시와 벨라루스 민스크, 아르메니아 예레반 등을 연결하는 왕복 항공편 49편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아에로플로트의 공지 후 러시아 검찰은 해커 공격으로 아에로플로트 정보시스템에 장애가 발생,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80편 이상의 항공편이 지연되고 약 60편이 취소된 된 것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아에로플로트는 "취소된 항공편의 승객은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위탁 수하물을 찾아가고, 공항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되도록 빠르게 공항에서 빠져나가달라"고 당부했다.
러시아 매체 렌타는 현재 공항 내에서는 탑승권을 환불·변경할 수 없다며 이 역시 시스템 장애 영향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아에로플로트는 "항공사 정보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해 일부 서비스에 일시적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지연과 취소 등 항공편 운항 일정에 불가피한 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전산 장애는 휴가철 항공 이용객이 증가한 상황에서 발생해 혼란이 커졌다.
바자 등 텔레그램 뉴스 채널들은 항공편 취소로 발이 묶인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공항의 모습을 전했다.
다만, 아에로플로트는 전산 장애가 발생한 이유나 복구 일정 등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사일런트 크로'(Silent Crow), 벨라루스의 해커단체 '키베르파르티자니 BY'(Cyberpartisans BY) 등 친우크라이나 성향 해커단체가 배후를 자처했다고 보도했다.
해커들은 약 1년에 걸친 작전으로 아에로플로트 기업망에 침투해 내부 데이터에 접근하고 7000대의 서버를 파괴하거나 주요 시스템을 훼손했으며 고위 관리자를 포함한 직원들의 컴퓨터를 장악하고 각종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사일런트 크로가 올해 러시아 부동산, 통신, 보험 업체와 한국 자동차회사 기아의 러시아 사무소 등에도 사이버 공격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에로플로트 해킹 관련 정보가 "매우 걱정스럽다"며 "해킹 위협은 대중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대형 회사에서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톤 고렐킨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정보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타스 통신에 "우리나라와 전쟁이 디지털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며 러시아 대기업들이 디지털 보안 관련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항공 운항에 많은 차질을 겪었지만 대부분 서방의 제재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원인이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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