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산업이 가성비 중심으로 바뀐 소비 패턴에 직면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명품업체들이 최근의 매출 부진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항변하지만, 월가에선 소비자 취향의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한 장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루이뷔통, 디오르 등 다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2%나 감소했다.
이에 프랑스 증시에서 LVMH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23% 하락한 상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몽클레르도 지난 24일 실적 보고서에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고 발표해 명품 업계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올해 실적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했지만, 투자자들은 뭔가가 잘못돼가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투자자들이 지난 2년간 유럽 명품 업체들의 실적 회복을 기다려왔다며 "투자자들이 명품 업계의 장기적인 매력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WSJ는 명품 업체들이 팬데믹 기간 핸드백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상한 가운데 소비자들은 더 나은 가성비 제품으로 관심을 돌렸다고 진단했다.
지난 4년간 가격을 상대적으로 인상하지 않은 보석 브랜드들은 매출 타격이 없는 상태다.
브랜드 카르티에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의 경우 주얼리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특히 명품 업체들이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명품 산업의 공급망에서 벌어진 부당한 사례나 과도한 가격 책정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Z세대가 명품에 대한 환멸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WSJ는 글로벌 주요 명품 업계 규모가 10년 전과 비교해 50% 더 커졌다며 "새 디자이너가 젊은 고객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다 해도 과거와 같은 속도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