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 조치를 향후 2주 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반도체는 자동차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대미 수출 품목이란 점에서, 실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린 미국·유럽연합(EU) 정상 간 무역 합의 발표 현장에서 "이것이 바로 EU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핵심 이유 중 하나였다"며 반도체 관세 부과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며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재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러트닉 장관의 발언 직후 "대만과 다른 나라의 많은 기업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훨씬 더 낫고, 확실하고,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관세를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최종 담판을 벌이고 의약품과 철강·알루미늄을 제외한 EU산 모든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이 반도체 품목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EU산 반도체의 경우 관세 상한선이 15%로 제한될 전망이다.
러트닉 장관이 예고한 반도체 관세 부과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등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이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뿐 아니라 의약품과 구리 등 전략 품목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며, 앞서 러트닉 장관은 이달 말까지 관련 조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는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이 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이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 25%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까지 더해지면 대미 수출 전반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일본과 EU 수준인 15%까지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러트닉 장관은 현재 무역 상대국에 적용 중인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오는 8월 1일 이후에는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8월1일부터 관세가 즉시 부과되고 세관은 징수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론 8월1일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가능하다"며 "대통령은 항상 경청하려 한다.
그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대통령은 주요 경제국들과 협상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은 또한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을 좋아하지만 1억대의 미국 스마트폰에 중국 기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설치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틱톡은 미국 기업이 인수하고 미국 기술과 알고리즘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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