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기아 사망 속출에… 이스라엘, 뒤늦게 구호품 공중 투하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7 21:00:00

국제사회 비난 고조에 뒷북 대응
이軍 “인도적 개선 위해 원조진입 허용
‘고의적인 기아 사태’ 주장은 허위” 반박
‘유엔 식량·의약품 호송대’ 경로 지정에
식수 공급도 10배 늘려 주민 공급 예정
국제사회, 구호품 육상 루트 복원 촉구
“공중배급 비효율적… 위기 해결 미봉책”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장기 봉쇄로 인해 아사자가 속출하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되자 이스라엘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직면한 식량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구호품을 공중에서 투하하고, 육상으로의 원조 물품 지원도 일부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제한된 방식으로는 가자 주민들이 직면한 극한의 상황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가자지구로의 원조 진입을 허용하고 촉진하기 위해 진행 중인 노력의 하나로 인도주의 구호품의 공중 투하를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COGAT),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화물 운반대(팰릿) 7개 분량의 밀가루, 설탕, 통조림 등 식품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고, ‘고의적인 기아 사태’라는 허위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일련의 작전에 착수한다”면서 구호물자 투하를 예고한 바 있다.

기다리던 구호물자… 가자 주민 굶주림 채워질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굶주림·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26일(현지시간) 식량 등 구호물자를 싣고 가자지구에 들어온 인도주의 지원 트럭 주변을 밀가루 포대를 멘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가자지구=AP연합뉴스

이와는 별도로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유엔 호송대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지정된 경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또 이스라엘전력공사와 협력해 가자지구에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에 전력선을 연결해 이 시설에서 나오는 식수 공급량이 하루 2000㎥에서 2만㎥로 10배가량 늘어나 주민 약 90만명에게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조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생존을 극한으로 몰아넣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응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2023년 10월 전쟁 발발과 함께 지속한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올해 3월 휴전 협상 결렬과 함께 한층 강화한 바 있다.
특히 하마스가 인도주의 구호물자를 빼돌린다고 주장하며 식량, 식수, 전력까지 차단해 전쟁 발발 이후 어렵게 유지되던 최소한의 사회유지 기능과 의료 기능이 사실상 완전히 붕괴됐다.
이 영향으로 최근 식량 사정이 최악으로 치달아 아사자가 급증해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사망자가 43명에 이르렀다.
2023년 10월부터 지난 20일까지 21개월간 발생한 기아 사망건수 68건의 약 3분의 2에 달하는 숫자다.
이에 ‘국경없는 의사회’, ‘세이브 더 칠드런’, ‘옥스팸’ 등 세계적 구호단체 115개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사회에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내놓은 대책들은 곧바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직면한 최악의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미봉책이라는 것이다.
구호품 공중 투하는 지난해 서방국과 인근 아랍 국가들이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실시했지만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이미 받았던 방식이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사무총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공중 투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며 굶주린 민간인을 죽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이스라엘 정부가 금지한 국제 구호단체들의 활동 재개와 구호물자 운송을 위한 육상 루트의 완전한 복원이다.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구호 물자를 (직접) 운송하는 것은 훨씬 쉽고, 효과적이며, 빠르고, 저렴하고, 안전하다”고 촉구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