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풍자한 美 인기 애니…백악관 "4류쇼" 발끈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7-25 17:58:15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가 예수를 등장시켜 간접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해당 프로그램을 '4류 쇼'로 지칭하면서 노골적으로 불쾌한 반응을 드러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파라마운트 플러스에서 방영한 사우스 파크에는 예수 캐릭터가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예수 캐릭터는 평소 극단적으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추구하는 교장선생님의 소개를 받고 앞으로 나선 뒤 그의 등장을 보며 의아해하는 학생들에게 "트럼프가 보냈다.
파라마운트와의 소송 합의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이달 초 파라마운트의 자회사인 CBS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1600만 달러(약 217억5000만원)의 합의금을 지불한 일을 빗댄 것이다.
이 합의에 대해 미국 정치권에선 파라마운트가 스카이댄스 미디어와 추진하는 84억달러(약 11조7000억원) 규모의 합병안에 대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받기 위해 일종의 '뇌물'을 전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방송된 사우스 파크에서는 콜베어 퇴출도 에피소드로 등장했다.
최근 CBS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농담을 반복하는 심야 인기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를 퇴출하기로 자체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예수 캐릭터는 종교와의 분리 원칙을 철저하게 추구했던 극 중 공립학교에 자신이 초대된 상황에 당황한 학생들에게 "콜베어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멍청한 짓 그만해"라며 "입을 다물지 않으면 우리도 그렇게 돼"라고 말했다.

CBS의 간판 시사 프로인 '60분'의 기자 캐릭터들도 이날 사우스 파크에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대상이 됐던 이들은 트럼프의 이름을 입에 올리면서 공포에 떠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 밖에도 한층 수위 높은 장면도 나왔는데, 트럼프 대통령 캐릭터가 지옥의 침대에서 사탄과 나란히 누워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공보담당자 테일러 로저스는 성명에서 "20년 넘게 존재감이 없었던 사우스 파크가 관심을 끌기 위해 별 볼 일 없는 아이디어로 연명하고 있다"면서 "이런 4류 쇼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를 꺾을 수는 없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1997년부터 방영된 사우스 파크는 정치·종교·외교 등 전방위를 넘나드는 풍자와 유머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장수 프로그램이다.

한편 사우스 파크의 제작자 트레이 파커와 매트 스톤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카이댄스 미디어가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인수하려는 계획과 이 계획이 계약 협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이들은 게시물에서 "이 합병은 엉망진창이고 사우스 파크를 망쳐놓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