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다하다 이젠 Fed 찾아가 파월 압박…"금리 좀 내려줘"(종합)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7-25 06:55: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19년 만에 처음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 본부를 전격 방문했다.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해 온 제롬 파월 Fed 의장을 향해 건물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거듭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께 워싱턴 D.C.에 위치한 Fed 본부를 방문해 파월 의장과 함께 건물 개·보수 현장을 둘러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함께 흰색 안전모를 쓰고 현장을 시찰한 뒤 Fed 건물 공사비가 "약 31억달러"로 급증했다며 과도한 지출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백악관은 Fed가 초기 예산보다 7억달러 많은 25억달러를 공사비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이를 넘어선 수치를 언급하며 강하게 문제 삼았다.

파월 의장은 고개를 저으며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 세부 내역이 적힌 자료를 건넸고, 파월 의장은 "(그 수치에는) 이미 5년 전에 완공된 건물 예산까지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우리는 살펴볼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이날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 건물 공사비 논란이 해임 사유에 해당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걸 이런 (해고) 범주에 넣고 싶진 않다"며 "그를 해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농담조로 "보통이라면 해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참모들이 공사비 문제로 인한 해임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일축한 것이다.

끈질긴 금리 인하 요구는 이날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원하는 건 아주 단순한 한 가지, 금리 인하"라며 "그(파월 의장)가 금리를 좀 낮춰줬으면 좋겠다.
그 외엔 뭐라 더 말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파월 의장의 팔을 툭 쳤고, 파월 의장은 웃음으로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개인적인 감정은 아니다.
그냥 (공사가)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월 의장과의 이번 만남에서 "긴장은 없었다"며 "좋은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파월 의장을 향해 지속해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Fed는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를 이유로,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연 4.25~4.5% 수준에서 네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향해 "너무 늦는 남자" "얼간이"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압박을 이어왔다.
하지만 오는 29~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Fed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Fed의 독립성 훼손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의 댄 아이바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약화하려는 시도는 시장에 매우 해로울 것"이라며 "채권 시장의 관점에서는 파월 의장이 임기를 완주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계속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할 경우 통화정책의 정치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미국 경제에 대한 중장기 신뢰 저하 등으로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현직 대통령이 Fed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 취임식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직접 Fed를 찾아 금리 인하 요구와 해임 등을 거론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Fed 본부 방문을 놓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로 코너에 몰리자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적 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