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해 경영 중인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에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에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xAI 지분투자유치의 일환으로, 액수로는 총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 중 40%를 차지한다.
스페이스X가 xAI에 투자키로 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이스X가 자체 계열사를 넘어 다른 회사에 투자한 극히 드문 사례이며 머스크 CEO가 보유한 기업 간 연결이 더 강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스페이스X가 xAI에 20억달러를 투자한 것은 이 항공우주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로 그동안 핵심 사업 영역 이외에는 거의 투자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최근 스페이스X의 사내 현금 보유 액수는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간 다른 회사에 대한 투자에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2021년에 위성통신업체 '스웜 테크놀로지스'를 5억2400만달러(약 7210억원)에 인수한 것이 최근 스페이스X가 단행한 외부기업 주요 투자 사례다.
이번 투자가 스페이스X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xAI가 매년 수십억 달러를 AI 모델 훈련에 지출하고 있어 유동자금을 과도하게 소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항공우주 본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xAI가 사업적으로 실패하거나 수익을 내지 못하면 스페이스X 입장에서는 자금만 묶이고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2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스페이스X에 재무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xAI에 20억달러를 출자하면 전체 현금 중 3분의 2가량을 투입하는 것이다.
향후 예상치 못한 로켓 실패나 위성 손상 등 돌발 비용 대응할 여력이 적어지는 셈이다.
내부 계열사 간 자금 이전이 머스크의 리더십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투자자는 WSJ에 "머스크가 자신의 여러 회사를 서로 얽히게 함으로써 지배력은 강화되지만 각 회사의 투명성과 독립성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내부 돌려막기식 자금 조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 탓에 외부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이 사이가 틀어지면서 자금 조달 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트럼프가 머스크의 정부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고, 이로 인해 부채 조달 비용이 더 비싸질 가능성도 생겼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