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위험까지"…영등포구청장이 지하에 내려간 이유는더팩트 기사제공: 2025-07-07 00:06:04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지하 70m에 위치한 신안산선 4-2공구 공사장 작업 현장에 직접 방문해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영등포구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구청장 최호권)가 선제 대응에 나섰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지난 4일 오후 관내 대형 공사장 2곳을 직접 찾아 지반침하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주민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 안전 실태 점검을 주도했다.

이번 현장 점검은 신안산선 4-2공구(여의도동 2-6 일대)와 건축공사장인 여의도동 25-11번지 두 곳에서 진행됐다. 오후 1시 30분부터 약 2시간가량 진행된 점검에는 최 구청장을 비롯해 안전교통국장, 도시안전과장, 건축과장, 도로과장, 치수과장 등 관련 부서 책임자들이 총출동해 철저한 안전 확인 작업에 나섰다.

◆신안산선 공사 구간, GPR로 1km 넘게 조사

이번 현장 점검은 단순 육안 점검을 넘어, 지반 내부 상태를 비접촉 방식으로 조사하는 'GPR(지표투과레이더)' 장비와 하수관 내부를 들여다보는 CCTV 진단 장비까지 총동원해 과학적이고 정밀한 점검이 이뤄졌다.

현장 점검에 앞서 구는 신안산선 4-2공구가 위치한 여의도동 2-6 일대에서 지난 1일 1차 GPR 탐사를 진행했다. 조사 구간은 차도 690m, 보도 340m 등 총 1030m로, 도로 하부 지반 내 공동(空洞) 형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탐사 결과 이 구간에서는 공동이나 이상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지반이 느슨해진 '이완 영역'이 감지됐다. 이러한 이완 지반은 현재 당장 붕괴나 함몰로 이어질 위험은 낮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를 들은 최호권 구청장은 "수시로 체크하며 문제가 없는 지 확인하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지시했다.

영등포구청 직원이 이면도로 맨홀을 개방해 CCTV 로봇 장비를 투입, 하수관 내부의 상태를 정밀 진단하고 있다. /정소양 기자

특히 그는 신안산선 4-2공구 공사장 지하 약 70m 깊이의 작업 현장까지 보호 장비를 착용한 채 직접 내려가, 굴착이 마무리된 내부 구조와 안전 상태를 꼼꼼히 점검했다.

이번 점검의 주요 대상이었던 신안산선 4-2공구 공사는 현재 대부분의 대형 굴착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구 관계자에 따르면 터널 굴착 등 주요 공사는 이미 마무리됐으며, 현재는 출입구 및 마감 공사 등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영등포 정거장은 내년 6월, 여의도 정거장은 내년 12월 말 완공 예정이다.

같은 방식의 GPR 탐사는 지난달 27일 여의도동 25-11번지 건축공사장 주변에서도 실시됐다. 차도 340m, 보도 150m 등 총 490m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 구간 또한 직접적인 공동이나 이상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점검은 지표 위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면도로 맨홀을 개방해 CCTV 로봇 장비를 투입, 하수관 내부의 상태를 정밀 진단하는 작업도 병행됐다. 도시안전과와 치수과 담당자들은 하수관의 파손, 침하, 이물질 퇴적, 구조적 결함 여부를 확인하고, 기록 영상으로 분석을 병행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4일 오후 여의도동 일대에서 GPR(지표투과레이더)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영등포구

◆"주민 걱정 없도록" 최호권 구청장, GPR 장비 시연도

이날 현장에서 최호권 구청장은 단순한 시찰이 아닌, GPR 장비를 직접 시연하며 현장 확인에 나서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비 작동 과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지반 상태 데이터를 확인하며 관계자들에게 기술적 설명을 요청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최 구청장은 "요즘 지반침하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공사 현장 주변은 더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공사 주변 도로는 물론, 주민들이 실제로 다니는 인도부터 더 꼼꼼하게 점검해 걱정 없도록 할 것"이라며 "미리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안전 제일' 구정 원칙, 침수 피해 대책도 성과

이번 현장 점검은 단발성 조치가 아니라, 최호권 구청장의 행정 철학인 '안전 최우선' 원칙의 연장선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8월, 서울에 12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 영등포구는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수재민이 1만 명에 달했으며, 구 전체가 침수 위험에 노출됐던 경험이 있다.

이후 최 구청장은 대대적인 침수 예방 정책을 추진했다. 노후 하수관을 대형으로 교체하고, 물길 유입을 막는 연속형 빗물받이 설치, 저지대 우수 저류시설 확충 등을 통해 지역 전역의 배수 능력을 개선했다. 그 결과, 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장마 기간 동안 영등포에서 침수 피해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영등포구는 이번 점검을 시작으로, 관내 공사장에 대한 정기 GPR 탐사 및 CCTV 진단 체계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통행로 및 공공시설 주변에 대해서도 정기 점검 로드맵을 수립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최호권 청장은 "우리 지역 곳곳에 많은 공사현장들이 있지만, 주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공사장 뿐만 아니라 그 주변 도로, 인도 등 모두 꼼꼼히 살펴 미리 (사고를) 예방하고 점검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