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퍼지는 ‘선풍기 괴담’…“진짜 위험한 건 따로 있다고요?”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03 05:00:00

선풍기 바람, 직접적으로 사망 부르는 일 없다지만…잘못 사용하면 몸에 무리
오래 노출시 호흡기 점막 건조, 면역력 떨어져…피부 유·수분 균형 깨져 트러블

무더운 여름밤, 에어컨보다 인공적인 냉기가 덜한 선풍기를 틀고 잠드는 사람들이 많다.
에어컨을 켜고 자면 아침에 몸이 찌뿌듯하거나 목이 아픈 ‘냉방병’ 증상을 경험한 이들이 선풍기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속설이다.
바람을 쐬며 자다 질식사하거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과연 근거가 있을까.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3일 의학계에 따르면 선풍기 바람 때문에 사람이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르는 일은 없다.
이 속설은 선풍기 바람이 얼굴에 직접 닿으면 호흡기 주변 공기압이 낮아져 호흡 곤란이 올 수 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만 선풍기를 켜기 전후로 얼굴 주변 공기압에 큰 변화는 없다.
사람은 잠자는 동안에도 몸을 뒤척이기 때문에 바람이 한 부위에만 계속 닿을 가능성도 낮다.

카이스트 임춘택 교수 연구팀이 창문과 문을 닫은 방에서 선풍기를 틀고 실험한 결과 혈압, 맥박수, 체온 등 생체 지표에 큰 변화가 없었다.
선풍기를 밤새 틀어놓는 것이 몸에 전혀 해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호흡기 건강이 문제다.
선풍기 바람에 오래 노출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실내에 쌓인 먼지가 바람을 타고 호흡기로 유입되면 목이 붓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악화돼 급성 호흡 곤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피부도 예외는 아니다.
밤새 바람에 노출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유·수분 균형이 깨져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부가 유난히 땅기거나 가렵다면 밤새 틀어놓은 선풍기가 원인일 수 있다.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선풍기 바람이 계속 몸에 닿으면 피부와 근육의 온도가 떨어지고, 표면 혈관이 수축해 혈류량이 줄어든다.
복부가 차가운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위장 운동이 둔해지고 소화 효소 분비가 줄어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무더운 밤에 선풍기를 아예 틀지 않을 수는 없다.
선풍기의 단점은 줄이고 장점만 누리려면 몇 가지 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 잠드는 초기 한두 시간 정도만 작동하도록 하고, 회전 모드와 미풍 모드를 활용한다.
몸에 한쪽으로만 바람이 닿지 않게 하고, 강풍보다는 초당 0.8m 정도의 약한 바람으로도 충분하다.

선풍기가 먼지를 퍼뜨리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방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선풍기 모터 내부 먼지 청소를 정기적으로 해 화재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화기관 보호를 위해서는 얇은 이불로 배를 덮어 몸을 차갑게 식히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선풍기 바람이 직접적으로 사망을 부르는 일은 없지만 잘못 사용하면 몸에 무리가 될 수 있다”며 “바람 세기와 방향, 청결 유지만 잘 지켜도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