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단체가 '온건파' 성향의 새 지도부를 꾸리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의정 갈등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데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의료계가 반대해 왔던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 개혁을 강조하고 있어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주말인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서울시의사회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새 지도부 구성을 공식화하면서 "정부·국회와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를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추인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최근 조건부 복귀 의사를 밝히는 등 수련 현장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성급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이 더 이상의 파행을 막고 대한민국의 무너진 의료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27일엔 서울 모처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나 의정 갈등 해소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정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전공의들의 요구사항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 정부와 합의점을 찾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새 비대위의 대정부 요구안은 크게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 ▲보건의료 거버넌스 의사 비율 확대와 제도화 등 3가지다.
이외에 매년 2월에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을 수련 종료 시점에 맞춰 8월에도 추가로 시행해야 한다는 등의 수련특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전공의들이 제시한 요구사항이 적지 않고, 이미 장기간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보조(PA) 간호사를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추진되는 등 의료 환경이 달라진 만큼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역시 아직 뚜렷한 의정 갈등 해소 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전공의들이 원할 경우) 대화할 준비는 돼 있다"는 입장이다.
전날 이재명 정부의 첫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지명되면서 전공의들로서는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 상대가 정해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 후보자는 지명 직후 소감문을 통해 "작년부터 의료개혁 과정에서 국민이 큰 고통을 감내했다"며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해 모든 분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등 국민 목소리가 적극 반영된 의료개혁을 추진해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으로 의·정 갈등을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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