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4일까지 3일에 걸쳐 토레스 하이브리드 450km 주행
폭우, 산기슭, 도심 등 다양한 주행 환경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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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1일 오후부터 4일 아침 출근길까지 KGM 모터스의 주력 모델인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함께 하며 450km 넘게 주행했다./청주=오승혁 기자 |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넘쳐 나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팩트’는 귀하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하지 않는다. 이제 ‘팩트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더팩트｜청주=오승혁, 이환호 기자] "오우, 이거 꽤 멋있게 생겼는데...좋아 보인다."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1일 오후부터 4일 아침 출근길까지 KGM 모터스의 주력 모델인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함께 하며 450km 넘게 주행했다. <더팩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근을 주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승차감, 연비 등의 점검을 시작했다.
이어 오프로드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토레스와 함께하는 만큼 높은 산세와 계곡 등이 어우러진 충북 청주 미동산수목원 주변과 서울을 왕복했다. 그칠 줄 모르고 폭우가 내리치던 심야에 충청도에서 경기도, 서울로 이동하며 200km 이상을 달려 극한 상황 속에서의 장거리 주행 성능도 확실히 알아봤다.
시승한 차량은 토레스 하이브리드 T7 모델이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T5, T7 두 개의 트림으로 구분되어 판매된다. 판매 가격은 T5 3140만원, T7 3635만원(친환경차 세제 혜택 후 가격)이다. 두 트림 모두 1.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이 적용된다. T7에만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파노라마 선루프 등의 옵션이 탑재된다.
사흘간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같이 다니면서 주변에서 KGM 모터스의 전신인 '쌍용자동차'와 함께 했던 젊은 시절을 추억하거나 디자인 등에 대해 호평하는 여러 반응을 마주했다. 다만 '무늬만 오프로드'라며 지적하거나 승차감은 아쉽다고 평하는 이도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직접 운전대를 잡고,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Q1. 연비는 어때? 가솔린 SUV에 모터만 붙여서 하이브리드라고 하기에는 약하다던데?
A. 결론부터 말하자면, 450km 달리면서 구간에 따른 차이는 컸지만 주행 복합 연비는 리터(l)당 13~14km 수준을 유지했다. 20인치 휠이 적용된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공식 복합연비 15.2km/ℓ에 비해서는 약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KGM 모터스가 중국의 전기차 기업 BYD와 협력 개발한 1.837kWh NCM 배터리를 탑재헜다. 여기에 더해 모터 2개(합산 130kW(177ps))가 탑재된 e-DHT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도심에서 최대 94%를 EV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폭우 속에 고속도로를 쉼 없이 달리는 구간과 연휴에 막히는 도로에 장시간 서있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가솔린 모델 대 30% 가량 상승된 연비 효율을 보여줬다.
EV 모드는 잠깐만 쓸 수 있어 실제로는 가솔린 위주로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는 풍문은 잘못된 정보다. 도심 주행에서는 EV 모드만으로 최대 94% 주행이 가능했다. 실제로 신호 대기 상황이나 저속으로 도심을 달리던 때에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느껴질 정도로 EV 모드가 활성화됐다. 고속 주행 시에는 엔진이 개입해 HEV 모드로 전환된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경쟁 하이브리드 모델 중 가장 큰 용량의 1.83kWh 배터리를 탑재해 안정적인 전류공급으로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130kw의 대용량 모터를 쓰는 동시에 흡음형 20인치 타이어와 엔진룸, 엔진커버, 휠하우스 등에 흡차음재를 적용해 전기차 특유의 조용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Q2. 디자인만 오프로드 지향이고, 실제 오프로드 차량은 아니라고 하던데 맞아?
A. 반은 맞고 반은 맞는 이야기다. 디자인은 오프로드를 지향하지만, 주행은 온로드(Onroad, 포장도로)에 적합하다. 쌍용자동차의 역사를 기억하고 추억을 가진 이들은 토레스를 본 직후 "아주 마음에 든다"고 평할 정도로 각지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특유의 디자인에 대해 환호를 보냈다.
쌍용자동차에 추억이 없는 20대들도 수직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어지는 후드가 주는 모습이 '지프'(JEEP) 차량을 연상시킨다며 호평했다. 1954년 故 하동환 창업주가 서울 마포구 창천동에 있는 자택 앞마당에 '하동환자동차제작소'를 세우고 폐차된 미군 트럭 부품을 활용해 버스를 만들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가 1967년, 기아가 1962년에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점을 고려하면 국내 최초의 자동차 회사로 여겨진다. 이후 지금의 KGM 모터스에 이르기까지 사명을 변경하며 기업의 생명을 이어왔다.
창립주가 '드럼통 버스왕'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대형 차량의 개조 및 판매에 일가견이 있었던 점에서 기인해 쌍용자동차 시기에 기업은 '무쏘' '렉스턴' 등의 차량을 출시하며 세단 위주로 꾸려졌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SUV 지분을 확대했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역시 브랜드의 역사를 계승해 오프로드 특유의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몇몇 차량 유튜버들은 토레스로 오프로드 주행을 실제로 해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주행 전에 오프로드를 위해 여러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거나 오프로드라고 하기에는 다소 안전한 길 위주로 주행했다. 몇 시간 동안 폭우 속에 주행해본 결과 극한 상황에서도 주행 상황은 준수하지만, 지프 랭글러를 타고 했던 것처럼 돌과 바위, 모래로 가득한 비포장 산길을 넘고 거대한 물 웅덩이를 건널 정도의 자신감이 들지는 않았다.
Q3. 정숙성은 좋은데 주행 재미는 없다?
A. 시내의 저속 주행 상황에서는 조용하고 편해서 좋다. 다만 고속도로의 추월 차선에서 여러 대의 차를 앞지르면서 빠르게 달리고 싶다면 약간 아쉽다.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엔진 배기량은 1.5L(1490cc) 가솔린 터보로, 동급 하이브리드 SUV 중 가장 작은 편이다.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 투싼 하이브리드는 1.6L(1598cc) 터보 엔진을 쓰고,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는 2.5L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동급 대비 강한 전기 모터를 탑재해 초기 가속에서는 동급 대비 빠를 수 있지만, 시속 100km 이상 고속에서 재가속하거나, 짐을 많이 싣고 장거리 주행 시에는 1.5L 배기량 특성이 드러나 힘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짐은 전혀 없이 성인 남성 4명과 어린이 1명이 함께 타고 고속도로를 주행했을 때 여러 차량에게 추월 당했다.
Q4. "기어봉이 작고, 모니터 시야가 불편하다?"
A. 사실이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전자식 기어 셀렉터를 채택했는데, 크기가 작고 위치가 낮아 운전 중 한 번에 ‘손에 잡히는’ 느낌이 덜하다. 특히 장시간 주행 후 주차나 후진처럼 기어 변속이 잦은 상황에서는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운전하다 보니 성인 남성 평균 대비 조금 큰 기자의 손가락 두 개 보다 작은 기어는 약간의 혼동을 일으켰다. 특히 몇 시간의 주행이 끝난 뒤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주차할 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센터 모니터는 대시보드 중앙에 매립형으로 배치됐지만, 전면부 디자인과 상단 패널이 일부 시야를 가려 화면 전체를 한눈에 보기 어렵다. 밝은 낮에는 빛 반사가 겹쳐 시인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 터치 반응 속도나 메뉴 구성은 무난하지만, 물리 버튼 부재로 주행 중 조작 편의성은 다소 아쉽다.
오프로드 감성과 역사를 제대로 계승하는 차를 타면서도 안정적이고 조용한 주행을 하고 싶다면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추천한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의 강력한 주행을 원하는 이에게는 조금 더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