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 가능성에 긴장하는 유통업계더팩트 기사제공: 2025-08-05 10:36:01

유통업계가 국회 노란봉투법 통과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춘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유통업계가 국회 '노란봉투법'의 통과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도급 책임 강화와 쟁의행위 범위 확대 등 법안이 현장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다음 회기로 미뤄졌지만 유통가 긴장감은 여전하다.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제한이라는 법안 내용이 현장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회는 지난 4일 본회의에 노란봉투법을 상정했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의사일정이 변경돼 법안 처리는 8월 임시국회로 순연됐다. 유통업계는 이번 보류가 법안 무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후속 대응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원청 기업이 책임을 지도록 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로 생긴 손해에 대해 기업이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간접고용 구조에서 분리돼 있던 노사 책임 범위가 좁혀지게 되면 실질적으로 모든 고용관계를 본사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가 나온다.

법조문상 사용자를 기존의 직접적인 고용주체에서 '근로계약의 형식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사용자로 규정한 점에 대해서도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책임 범위가 불명확하면 교섭 의무와 무관하게 분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대형마트의 경우 점포별로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청소·보안 인력 등 지금까지는 본사의 직접 교섭 대상이 아니었던 근로자들까지 관리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 택배업계의 택배기사도 같은 맥락으로 직접 교섭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협력사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면 교섭 창구가 늘어나고, 현장의 대응 절차나 비용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맡은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사용자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원청이 수많은 협력사 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현장 혼란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기업의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 대상이 될 경우, 노사 균형이 무너지고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업계 우려에 대해 "모든 원청이 일률적으로 사용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하청기업이 있더라도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 권한이 있어야만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 사례를 바탕으로 전문가 논의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유통업계는 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 진행 중인 조직 구조나 운영 체계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노사 갈등 가능성을 줄이고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 매뉴얼 정비, 협력사와의 사전교섭 원칙 마련 등이 추진되고 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도 변화에 따라 현장의 운영 방식도 일정 부분 바뀔 수밖에 없다"며 "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지속 가능한 노사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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