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가능한 빨리 실현하고 싶은 목표"
건설업계 거센 파장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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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이중삼 기자]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 4.5일제' 도입에 직접 시동을 걸었다. 우리 사회의 노동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대통령 발언 이후 제도 도입을 둘러싼 정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가운데 높은 인력 의존도의 프로젝트가 주를 이루는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은 특정 발주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수주산업으로, 외부 변수에 민감하고 리스크도 크다. 이러한 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를 밀어붙일 경우, 공정 지연·공사비 상승 등 현실적인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추진 의지를 드러낸 주 4.5일제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빨리 실현하고 싶은 목표"라며 "사회적인 흐름으로 정착되면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주 4.5일제는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기도는 새 정부의 공약에 발맞춰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시범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설사들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업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70%가 '공사 기간에 변경되는 근로조건이 반영되지 않는 한 곤란하다'고 답했다. '계절·날씨 등의 변화 요인이 많은 현장 특성상 적용하기 곤란'(64.2%), '일급제가 적용되는 일용직 근로자가 많은 현장 여건상 적용 곤란'(40.0%)이 뒤를 이었다.
건산연 관계자는 "수주산업 특성상 생산비용 상승은 계약 변경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지만, 현 제도상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부분 작업이 야외에서 진행되는 옥외 산업으로, 계절·기상적 요인에 근로시간·근로일수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로 인해 주말·연장근무가 빈번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건설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4.5일제가 도입된다면 공정 지연, 공사비 상승, 안전·품질 관리 어려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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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4.5일제가 도입될 경우 공정 지연, 공사비 상승, 안전·품질 관리 어려움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팩트 DB |
◆ 고령화·생산성 저하…인건비 상승·인력난 심화
건설산업에서 제도 도입이 어려운 또 다른 배경은 인력 구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체 건설업 근로자 중 6.3%에 그쳤다. 산업 평균인 10.6%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건설기술인(81.3%)·건설기능인(60.0%) 모두 50대 이상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청년층 유입은 갈수록 줄어드는 구조다. 이는 청년층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한건축학회에 따르면 청년층은 건설업 취업을 선호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진로 선택 조사에서는 절반이 '건설 분야에 취업하고 싶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건설 관련 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대학생 36%도 '취업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안전사고·비리·4D업종·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주요 원인이다.
생산성 지표도 매년 하락세다. 건설업 노동 생산성 지수는 올해 기준 94.6으로 전 산업 평균(107.6)에 크게 못 미친다. 동일 인력 투입 대비 성과가 낮은 만큼, 근로시간 단축 시 인력 충원은 불가피하다.
주 4.5일제 도입은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심화, 중소건설업체·하도급업체 부담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건산연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주 52시간제 도입 직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최대 20%까지 증가했다. 직·간접노무비도 최대 15%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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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사회적 대롸와 점진적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 "건설업 특성 고려한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정부는 '사회적 대화'와 '점진적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가능한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부·기업이 업종 특성에 맞는 주 4.5일제 모델 개발·제도적 지원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산연은 공사기간·비용 산정 정책, 근로시간 운영, 인력관리 제도, 사회적 대화·소통체계 고도화, 디지털 역량·생산성 혁신 등 총 5가지 개선·지원안을 제시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산업별·직무별 업무 구조, 생산방식, 인력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기업이 현실적인 정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유연화,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 등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주 4.5일제에 대한 논의는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와 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노·사·정 모두 머리를 맞대고,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고 했다.
끝으로 "보완책 마련 없이 일률적으로 해당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등의 영향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