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는 이달 중순부터 전국을 강타한 기록적인 집중호우 속에서, 안정적인 다목적댐 운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비정형적이고 예측이 어려운 강우 대비를 위해 선제적인 물그릇 확보와 디지털트윈 기반의 핵심 물관리 기술이 크게 공헌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장기간 폭우에도 전국 20개 다목적댐 가운데 실제 수문을 개방한 곳은 남강댐, 보령댐 등 단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8곳은 수문 방류 없이 전량을 댐 내 저류하며 하류 지역의 침수 피해를 막는 데 집중했다.
특히 큰 비가 쏟아진 충청·남부권의 용담댐, 대청댐, 주암댐, 합천댐, 밀양댐 등은 폭우에도 안정적인 수위 조절로 하류 주민 안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홍수 대응의 대표적인 사례는 남강댐이다.
경남 진주에 위치한 이 댐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나흘 동안 무려 529㎜의 폭우가 쏟아졌다.
19일 오전부터는 시간당 25㎜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6시간 이상 지속됐다.
같은 날 오후 3시 무렵 남강댐 설계기준인 초당 1만400㎥를 훌쩍 넘는 초당 1만6951㎥의 유입량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기록한 1만4818㎥를 초과한 수치다.
댐 수위는 불과 6시간 만에 7.5m 급상승해 계획홍수위(46m, 해발)까지 불과 27cm를 남겨두는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공사는 사전 확보한 홍수조절용량을 활용해 방류량을 설계 기준의 22% 수준인 초당 3750㎥ 이내로 제한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공사의 핵심 대응 기술은 디지털트윈 기반의 물관리 플랫폼 '디지털 가람플러스'(GARAM+)'다.
가람은 순우리말로 "강"이라는 뜻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물 관리를 실현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이 플랫폼은 현실의 물관리 환경과 동일한 디지털 가상세계를 구축해 실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그 결과를 통해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첨단 시스템이다.
구체적으로 침수영향권을 실시간 3차원 공간정보로 시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방류 시나리오별 침수 가능 지역을 사전 분석해 최적의 방류 전략을 수립한다.
수위·우량·시설제원·홍수위험지도 등 물관리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통합 제공하며, 고해상도 지형정보 위에 홍수범람 재현 결과를 표출해 홍수 위험지역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기상·레이더 영상과 수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홍수예측 분석 결과를 디지털 공간에 시각화해 시나리오 기반의 방류 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 이번 집중호우 대응 과정에서도 남강댐 등 주요 댐의 운영진은 디지털 가람플러스를 통해 수문 개방 시 하류 마을의 침수 위험을 사전에 파악했다.
또 이에 맞춰 수위 조절 전략을 조정해 '선제적 홍수 대응'에 성공했다.
수공 관계자는 "이 플랫폼을 통해 단 1cm의 수위 변화도 반영된 정밀한 판단이 가능해졌으며, 결과적으로 남강댐은 초유의 집중호우 상황에서도 하류 침수 피해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가람플러스는 수공의 통합 관제센터인 물종합상황실의 365일 24시간 운영 체제를 통해 가능해졌다.
물종합상황실은 전국 67개 댐과 보, 이와 연결된 주요 하천의 수문 운영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토해 홍수, 가뭄, 녹조 등 각종 재난에 대한 종합 대응한다.
이곳에서는 수문정보(유입량·방류량·댐 수위), 기상정보(기상청 위성·레이더 영상, 우량), 수질정보(남조류·클로로필-a 농도, 수온), 수력발전 운영현황 등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위기 상황 시 즉각 대응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급변하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댐 수위나 방류량 하나도 '초 단위'로 정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공사는 올해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에 평년보다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판단, 선제적으로 물그릇 확보에 나섰다.
기존 다목적댐의 홍수조절용량은 21억8000만㎥이지만, 공사는 이를 3배 이상 초과한 68억4000만㎥를 비워두며 대응태세를 갖췄다.
이는 최근 수십 년 사이 댐 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양상을 반영한 조치다.
공사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복합재난이 예상돼, 홍수기를 앞두고 충분한 저류공간을 확보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집중했다"며 "디지털트윈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수문 방류 시점과 유량을 정밀하게 결정함으로써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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