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고장시 정품 아닌 '품질인증부품' 우선 사용으로 약관 개정 추진
소비자 인증 '불신'…보험사 "품질 차이 없어"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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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으로 차량을 고칠 때 정식 부품(순정)이 아닌 '품질인증부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하자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자동차 정비센터에서 차량을 점검하는 모습. /김태환 기자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으로 차량을 고칠 때 정식 부품이 아닌 '품질인증부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하면서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인증을 받는다 하더라도 중국산 부품이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는 등 인증부품에 대한 내구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실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순정부품을 생산하는 국내업체에서 주문자제작방식(OEM)으로 제작해 성능이 거의 유사한 제품을 인증하고 있으며, 중국산 부품이 인증돼 국내 유통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청원24' 사이트에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변경 철회해주세요', '금감원의 품질인증부품 강제 도입 반대합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들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지급 기준을 바꾸는 표준약관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담았다. 금융당국은 오는 8월 16일부터 차량의 사고 또는 고장시 순정부품(정품) 외 '품질인증부품'을 우선으로 교환하도록 약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청원자들은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 △실제 안전성과 품질 불확실성 △자동차 가치 하락 및 중고차 거래 불이익 △수리업계의 혼란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청원자는 "현재 차량 보험 수리시 순정부품을 사용할지, 인증부품을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지만, 약관 개정 이후로는 소비자가 원치 않는 인증부품을 강제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품질인증'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제조사 보증도, 성능 안정성도 순정부품보다 낮을 수 있다"면서 "특히 차의 형상과 재질에 따라 정해지는 고유 진동수가 달라서 제조사에서 만든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부품의 작은 차이 하나만으로 소음이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으며, 사고 수리 후 안전성 저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인증부품 사용시 차량의 감가상각이 커지고, 사실상 재산상의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과, 수리업계에서 소비자와의 분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도 꼬집었다.
여기에 "중국산 부품이 품질인증부품으로 유통된다"는 내용이 일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품질인증 제도를 통해 저품질의 중국산 부품이 국내에 유통되고, 차량 수리에 이용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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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원 24' 사이트에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변경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청원24 홈페이지 캡처 |
금융당국이 차보험 약관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품질인증부품의 사용을 장려하고 전체 소비자들의 보험료를 인하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도 품질인증부품을 이용할 수 있고, 인증부품을 이용해 수리하면 부품 공시가격의 25%를 소비자에게 환급해주고 있다.
지난 2020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수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소비자 중 92.8%(복수응답)가 새 부품으로 교체했으며, 친환경 부품(품질인증부품) 이용률은 재생 부품 13.8%, 중고 부품 10.2%, 재제조 부품 2.4%로 매우 낮았다.
올해 1분기 기준 대형 5개 손보사 평균 손해율은 82.5%로 전년 동기 대비 3.4%p 늘었다. 일반적으로 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은 80% 수준으로 적자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년간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차보험료를 꾸준히 인하한 것과 더불어 폭설·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사고 증가와 정비 수가 상승 등이 영향을 끼쳤다.
보험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우려하는만큼 품질인증부품의 성능이 낮지 않다고 설명한다. 품질인증부품 대다수가 이미 순정 부품을 만드는 부품업체들이 주문자제작방식(OEM)으로 만들며, 중국산 부품을 인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품질인증부품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가 직접 테스트하고 인증을 하는 것"이라며 "일부 유튜버들이 중국산 싸구려 부품도 인증을 받는다고 하지만, 국내 중소형 부품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인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능 측면에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들어, 현대모비스에서 순정부품을 직접 생산하지만, 하청을 주고 제작된 OEM 상품에다가 브랜드 마크만 달고 순정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사실상 똑같은 부품에서 브랜드값을 제외한 나머지를 할인하겠다는 취지인데 소비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인증부품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당장 손해액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순정부품을 찾는 시간에 더 빠르게 인증부품을 활용할 수 있어 수리기간이 짧아지고, 렌트비 등에서 절감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은 차량 외관을 구성하는 외장재나 내부를 꾸미는 내장재 같이 안전과 무관한 분야는 상관없지만 파워트레인이나 서스펜션 등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는 안전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외부 판넬이나 내부 인테리어 제품과 같이 안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에는 품질인증부품이 합리적인 대안이 된다"면서도 "만일 품질인증부품을 사용했다가 추가로 문제가 나타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량 제조사와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파워트레인이나 서스펜션 등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부품에 대해서는 순정부품을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하면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더욱 청취하고 반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자문사 아이앤아이리서치 이진수 대표는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손보사 전반적으로 차보험 손해율 감소와 보험료 인하 등의 효과가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면서 "오해가 있다면 설득을 하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약관 개정을 시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