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326곳이 문닫아…구조적 병패 끊어야"[건설위기 보고서]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7-28 07:30:00

"건설업 위기의 근간은 산업 구조에 있다.
경기는 기폭제일 뿐이다.
"

대한민국 건설업이 무너지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건설사 3~4곳이 부도 직전이라는 이야기가 지역마다 들린다.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326곳에 달한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건설업 추락은 곧 국가 경제 타격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1.5%에서 0.8%로 절반 가까이 낮췄고, 그 주된 배경으로 건설업 장기 침체를 꼽았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위기를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IMF 때는 기업 내부 부실, 금융위기는 미국발 외부 충격이 원인이었다.
이번에는 고금리, 자잿값 급등, 수요 위축 등 외부 요인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공급 과잉, 하도급 리스크 전가, 인력 붕괴 같은 내부 문제가 겹쳤다.

과거엔 공공 발주가 완충 역할을 했지만, 민간사업 비중이 70%를 넘긴 지금은 충격을 흡수할 여력조차 없다.
'짓기만 하면 팔린다'는 건설사들의 방만 경영도 위기를 키웠다.
'왜 국민 세금으로 건설사를 도와야 하느냐'는 반감도 강하다.
과거 부실시공·하도급 갑질 등으로 쌓인 불신이 위기 대응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 기반 붕괴는 막아야 한다.
건설업은 일자리와 경기를 동시에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다.
GDP의 15%를 차지하고, 생산액 10억원당 10.8명의 고용을 창출해 제조업(6.5명)보다 고용 파급력이 크다.
산업 위기는 늘 가장 취약한 곳부터 무너뜨린다.
건설 취업자 수는 지난 1년 새 9만7000명 감소하며 8년 만에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대부분 하루 벌이 일용 근로자다.
공사가 멈추면 곧장 생계 위기로 내몰린다.
퇴직연금과 건강보험 제도는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어 거리로 내몰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국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되묻게 한다.
산업이 무너지면 국민이 흔들리고 생계 책임은 결국 국가 재정으로 돌아온다.
업황이 나빠지면 임금 체불 위험도 커진다.
공사대금은 하도급과 음성적인 재하도급을 거치며 각자의 마진으로 빠지고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든다.
임금을 미루던 업체가 부도나면 해결 방법이 없고, 체불 임금은 선순위 채권자 몫으로 사라진다.

건설업은 전 산업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가 5년 단위 인력 고용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분야다.
고용 관련 특별법까지 존재한다.
퇴직금 부재, 고용 불안정 등 기존 노동법이 포괄하지 못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조치였다.
그만큼 건설업은 제도적 보완 없이는 정상적인 고용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위기는 되풀이된다.
정부가 건설산업 전반을 구조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아시아경제는 총 12회로 구성된 기획 '건설위기 보고서'를 통해 위기 실체를 짚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