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여파에 가계대출 목표치 반토막
무주택 실수요자도 규제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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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 앞에서 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상>편에 이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7조2000억원→ 3조6000억원으로 '뚝'
-다음은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최근 5대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면서요.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27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 금융권의 정책대출 제외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절반으로 축소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6·27 대출규제 발표 전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약 7조2000억원으로 잡았으나, 이번에 절반 수준의 목표치인 3조6000억원을 금융당국에 제출했습니다. 아직 은행별 구체적인 목표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앞으로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빌려줄 수 있는 대출규모가 줄어들다보니 더욱 깐깐하게 심사를 하게 되는 것이죠. 한국은행의 3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7을 기록했는데요. 지수가 마이너스이면 은행이 대출을 더 깐깐하게 내준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주택 구매와 같은 부문에서는 더욱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데요. 한은의 대출태도지수 중 주택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1로 2분기(-11)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미 주택 구매와 관련한 대출은 어렵지 않나요.
-맞습니다. 은행들은 이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줄줄이 중단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금리가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은 대출총량 제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금조달 비용·자본비율 부담 등을 고려해 가산금리를 높여 사실상 코픽스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출 증가 목표치가 줄어든만큼, 하반기에는 더욱 대출을 조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향후 비대면 대출을 비롯해 대환대출 중단 등 주담대를 조이기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 SC제일은행은 오는 9월 말까지 비대면 주담대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했으며, NH농협은행도 주담대 대환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은행권이 아닌 다른 곳은 어떤가요.
-2금융권에 대한 대출도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이미 '6.27 대책'에서도 2금융권의 주담대에도 1.5%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는데다, 카드사들의 대출상품인 카드론도 신용대출 한도 적용에 포함됐습니다. 지금까지는 가계대출 한도를 최대치로 받은 소비자도 추가로 카드론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카드론도 가계대출이니 추가 대출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보험사들도 대출을 줄이고 있는데요. 지난 2022년 보험업권 가계대출 규모는 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상반기(2025년 1월~6월)은 오히려 1조3000억원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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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시스 |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출절벽'이 나타나 실수요자 피해가 나오지 않나요.
-실수요자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투기 목적이 아닌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를 실수요자라고 합니다. 정부 기준으로는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 △자금 출처가 투기 목적이 아닌 사람 △구입 목적이 '거주'인 사람 △주택가격 기준(6억원 이하) 등이 충족돼야 합니다. 자산 수준과 관계없이 거주 목적이면 실수요자 범주에 들 수 있지만, 실제 대출 가능성은 DSR·LTV 등 제한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이번 6.27 대책에서는 가장 주택 구매가 절실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도 규제의 영향이 끼칠 만큼 매우 강력한 규제인데요.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에 대한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에 대해서도 LTV를 기존 80%에서 70%로 축소하고, 신혼부부·신생아 특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대출 한도도 축소되는 등 영향이 있을 만큼 매우 강력한 규제입니다. 그렇기에 일정 수준의 자산이 있는 실수요자(1주택자, 거주 목적 주택 구매자)들의 경우 더욱 강한 규제라 느낄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고액 영끌' 대출을 받으려는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례로, 주담대 최대 한도 6억원은 수도권 주택 가격 수준과 주택을 구입할 때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정도, 소득 대비 부채 등을 고려해 정해진 감당 가능한 대출 규모에 가깝다는 설명입니다. 과거에는 15억~20억원 대출을 받아 고가의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꽤 있었는데, 이런 사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죠.
-이렇게까지 가계대출을 조여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가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전체 잔액은 1928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8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9조7000억원이 늘어나 가계대출 증가(4조7000억원)을 뛰어넘었습니다.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를 풀어주면 쉽게 해결되지 않나요.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이번 6·27 대출 규제 조치를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부동산 관련 정책은 공급 확대책과 수요 억제책 모두 아직 많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추가 대출규제나 공급정책 보완 등 후속 공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말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에 대한 피해는 나타나면 안될 것 같은데요.
-정부는 대출규제를 추진함과 동시에 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1기 신도시 재건축과 3기 신도시 개발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고 상당한 규모인데 공급이 실제로 안 되고 있다"며 "기존에 계획돼 있는 것을 그대로 하되 대신 속도를 빨리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도권 내 유휴부지 개발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도시나 신규 택지 개발보다 공급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며, 교통 인프라 등을 새롭게 갖춰야 하는 신규 택지 대비 다양한 인프라가 이미 갖추었기에 추가 투자 비용이 적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현실적으로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앞으로는 실수요자들이 대출 전략을 짤 때, DSR·LTV 강화나 지역별 핀셋 규제(특히 강남권) 확대, 신용대출 문턱 상승 등으로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미리 자기자금을 넉넉히 확보해야 하고 △상환 가능성 중심의 대출 설계 △정책대출 조건 확인 △거래 지역 및 시점 조정 등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방이나 비규제 지역에 관심이 있는 실수요자는?내년 이후 나올 공공 분양 또는 공급 확대책과 연계해 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대출 규제가 바뀌어가면 좋겠습니다.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