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탈탄소 흐름·미국의 중국 견제 등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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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들이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며 굴곡 없는 이익 극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 전경. /HD현대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한중일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양적 우위를 점한 중국은 몸집 불리기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고, 일본은 점유율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업체들은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며 굴곡 없는 이익 극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누적 선박 수주량은 1938만CGT(환산톤수·647척)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중국은 1004만CGT(370척)로 52%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은 487만CGT(113척)로 25% 점유율이다.
글로벌 수주량 감소로 조선업계 호황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통상 조선업 호황기는 6년인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엔데믹 직후 수주량이 늘어 호황기가 4년 정도로 짧아졌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선 실적에 영향을 받는 후판 가격이 최근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있다. 후판 가격은 2022년 상반기 100만원에서 2023년 상반기 120만원까지 올랐다가, 그해 하반기 90만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2분기는 80만원 초반이다.
아울러 과거 불황기가 금융위기 영향이 컸던 점과 최근 친환경 선박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수주 절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조선업 재건 기조까지 겹치면서 피크아웃(정점 통과)은 아니다는 분석이 있다.
글로벌 시장은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4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를 승인했다. 내년부터 국제 항해에 투입되는 5000톤 이상 선박은 강화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미국 조선업 재건 파트너로 한국과 함께 언급되는 일본은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일본은 2021년 점유율 11.5%를 기록했으나, 2023년 4.9%, 지난해 4.8%로 떨어졌다.
일본은 절치부심하며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6일 일본업계 1위 이마바리조선이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지분을 기존 30%에서 60%로 늘려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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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이 지분을 매입한 호주 오스탈의 서호주 헨더슨 조선소 전경. /오스탈 누리집 |
일본 정치권은 1조엔 규모 민관 기금을 조성하고 국영조선소를 만들어 민간기업에 임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일본이 조선업 쇠퇴에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과 일본에 밀려 미국처럼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일본이 벌크선 중심 표준선형에 집중해 온 탓에 벌크선과 중소형 컨테이너선에 강세를 둔 중국과 경쟁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자국 선주 발주 중심으로 시장이 이뤄진 탓에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은 몸집을 키워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중국 국영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중국선박)는 중국선박중공주식유한회사(중국중공)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내실을 다진 뒤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견제가 거셀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이 상원과 하원에 발의됐다. 해당 법안에는 중국 등 위험국에서 미국 선박 수리 시 200% 과세 및 톤세 면세 제외 등이 담겼다.
중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대체재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업체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현지 수요가 커지는 점도 한국업체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업체들이 중국 조선사에 양적으로는 밀리지만, 질적으로는 우위를 드러내고 있는데 초격차 기술을 중심으로 해서 우위를 지킬 것"이라며 "미국의 중국 견제 행보는 한국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고객이었던 유럽 선주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탈탄소"라며 "한국 기업이 앞서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최초 기록을 바탕으로 기술력 측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