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주들 "상법 개정 역행"
 |
| 한국금융지주 주주들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사진)을 겨냥하며 한국금융지주의 제한적 주주 친화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더팩트 DB, 한국투자증권 |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한국금융지주의 주가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주주들의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빠진 채 실적 중심의 성장 전략만 반복되고 있어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16일 전 거래일(16만300원) 대비 3.81%(6100원) 하락한 15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영향이다. 다만 지난 14일 장중 16만4000원을 찍으며 10년 내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올해 초 대비 주가는 약 118% 급등한 상태다.
주가 급등 배경에는 새 정부의 상법 개정안 통과와 증시 활성화 정책에 따른 기대감,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호조 전망 등이 작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상반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한국금융지주 주주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주 권익 강화를 뼈대로 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음에도 한국금융지주가 여전히 주주 친화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다. 일부 주주들은 한국금융지주가 정부의 방침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하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네이버 포털 종목토론 게시판 등에 따르면 주주들은 '주주가 된 지 5년째인데 김남구 회장은 끝까지 주주 친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세는 김 회장의 경영 영향이 아니다.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경영 행보에 상법 개정안 통과로 김 회장의 경영권 위협 확률이 커질 시 반대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다', '김남구 회장은 주주 환원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그렇게 계속 버티다가 경영권이 넘어갈 것이다' 등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일부 주주들은 '주주 환원 공시가 없으니 주가가 더 오르지 못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주주들은 한국금융지주가 지난 5월 26일 발표한 밸류업 공시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5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2030년까지 ROE(자기자본이익률) 15%, 자기자본 15조 원 이상 달성 등 실적 기반의 성장 전략을 제시했으나, 정작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의 주주 환원책은 담기지 않았다. 이는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율 목표 등을 포함한 주요 증권사 공시와 비교해 아쉽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은 주주환원율 목표를 제시하고 자사주 소각 계획 등을 밝혔다.
또한 한국금융지주의 금융지주사와 증권사 대비 매우 낮은 주주환원율도 지적된다. 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27%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평균 40~50%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인다. 메리츠금융은 53.1%, NH투자증권은 59.4%, 미래에셋증권은 39.8%, 삼성증권은 34.8%, 키움증권은 31%였다.
이 같은 경영 행보에 대해 김남구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가 부양은 배당보다 성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PBR, PER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상법 회피' 논란에 휘말린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에 전량 인수자로 참여하려 한 점도 주주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인수가 단기 수익성보다 태광그룹과의 IB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주주들 사이에선 "태광산업과 함께하면 불매운동 하겠다", "상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행동"이라며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한국금융지주의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유로 투자 의견을 낮추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주주환원 요구 속에서도 성장 중심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며 "현재 증권주 주가는 실적보다는 저평가 해소 기대감에 올라가고 있는 만큼, 환원정책이 없는 한 타사만큼의 주가 리레이팅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익 성장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로 주주 환원을 지속하고 있다"며 "밸류업 공시에 주주 환원 관련 계획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에 대해 검토를 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이 태광산업 논란과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