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왜 물놀이할 때 옷을 입나요?” 그 이유 알고보니…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14 06:27:54

비키니보다 ‘래시가드’…한국인 수영복 선택에 담긴 심리

휴양지에서 원피스 수영복이나 비키니를 즐겨 입는 외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이 래시가드를 즐겨 입는 모습은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종종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일각에서는 ‘래시가드 하면 한국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인들이 유독 래시가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색량 40%↑, 매출 35%↑…래시가드의 질주

14일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0일까지 2주간 ‘래시가드’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고, 매출도 35% 증가했다.

한국인들이 유독 래시가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합뉴스

같은 기간 여성용 비키니 매출이 5%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된다.
네이버 비치웨어 카테고리 검색어 순위에서도 1위부터 10위까지 래시가드 관련 상품이 싹쓸이했다.

한국인의 래시가드 사랑은 무엇보다 기능성에서 비롯된다.
태닝을 즐기며 햇볕에 구릿빛 피부를 만드는 서구 문화와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하얀 피부가 미의 기준으로 통한다.
자외선 차단 효과가 탁월한 래시가드는 이런 문화적 선호와 맞아떨어진다.

래시가드는 긴 소매 티셔츠 형태로 몸매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어 몸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내외 어디서나 간편하게 입을 수 있고, 해양 스포츠나 물놀이 등에서도 활동성을 보장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누구나 체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난템(무난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 “타인 시선 의식?…한국인의 집단 심리 반영”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 심리도 한몫한다고 분석한다.
타인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노출이 큰 수영복보다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래시가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키니를 입기 위해 몸매를 가꾸는 것이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활동성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자리 잡았다”며 “래시가드의 대중화는 더 이상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편안함을 추구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몸매 관리’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합뉴스

래시가드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수영복의 기본템으로 자리 잡았다.
긴팔 기본 디자인에서 나아가 반소매, 민소매, 허리가 드러나는 크롭톱 등 다양한 스타일로 진화하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래시가드의 인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보여준다고 본다.
신체 노출보다 실용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엔 수영복이 몸매를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이었다면 지금은 자외선 차단과 활동성, 체형 보완까지 챙길 수 있는 실용성이 더 중요해졌다”며 “래시가드는 ‘몸매 관리’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