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대응책 마련 고심…물량 확보 및 추가 공급망 확대 검토
실제 관세 부과 여부엔 '물음표'…이달 말 최종안 발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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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최대 200% 관세 부과를 언급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트럼프 대통령. /AP.뉴시스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최대 200%의 관세 부과를 언급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유예 기간에 공장 설립·파트너 계약·재고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이 불확실해서 실제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의약품, 반도체, 그리고 몇 가지 다른 분야에 대해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1년 또는 1년 반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 기간 내에 미국에 생산시설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매우 높은 관세, 예를 들어 200% 수준이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제조업 리쇼어링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조치로 해석됐다.
국내 제약업계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세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당초 25% 내외의 관세를 예상했으나 200%까지 거론되자 "미국 수출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2년 치 재고 미리 확보,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 검토, 공급망 다변화 등 비상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미국 시장 비중이 큰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현지 생산 확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가속화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전증 국산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바이오팜은 도미니카공화국 근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고 관세 발효 즉시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단기적으로 2년분의 재고를 확보했고 장기적으로 미국 생산시설 보유 회사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소·중견 제약사들도 재고 비축과 공급망 강화에 착수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의약품 규모는 39억7000만달러(약 5조4500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유예기간이 주어진 점은 다행이지만 실제로 200%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수출 구조 자체를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정부와의 협상, 현지 투자 확대, 공급계약 리스크 관리 등 다각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려면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필요한 자본도 국내에 공장을 지을 때보다 3배가량 더 필요하다"며 "미국 내 생산시설에 위탁하더라도 FDA 실사 등에 최소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관세를 경고한 뒤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에도 미국 제약 관련 주가에 큰 변동이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다. 해당 법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등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등에 25~5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번 의약품 관세의 구체적인 적용 시기와 세부 방안은 이달 말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 최대 제약업계 로비 단체인 미국제약협회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업계는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에 공감하며 최근 수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발표했다"며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런 노력에 역효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은 비용 증가와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는 이유로 전통적으로 관세에서 면제됐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