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간 법정 싸움 본격화…'가족 경영 리스크' 부각
기업가치, 그룹 성장성에 악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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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과 아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본격적인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윤상현 부회장, 윤동한 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더팩트 DB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콜마그룹 오너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창업주이자 부친인 윤동한 회장과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본격적인 법정 싸움에 돌입하면서 가족 경영 리스크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갈등이 장기화되면 기업가치와 그룹 성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룹의 건강기능식품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을 놓고 시작된 남매간 싸움이 부자간 갈등으로 확산하며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에서 벌어진 양측 공방은 오너 일가의 갈등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법정에서는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오빠인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낸 '위법행위 유지 등 가처분 신청' 사건이 다뤄졌다.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사회 구성을 바꾸기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추진하자 윤 대표 측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제동을 건 것이다.
법정에서 윤 대표 측은 "임시주총 소집은 경영 침탈의 시도이고 윤동한 회장과 윤 부회장, 윤 대표가 체결한 과거의 경영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합의서에는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에 협조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명시적 문구가 담겨 있으며 이는 단순한 가족 간 구두 합의가 아닌 회사 관계자들이 입회한 공식적 약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윤 대표 측은 "궁극적으로 콜마비앤에이치를 매각하고 한국콜마의 자회사인 HK이노엔을 콜마홀딩스의 자회사로 올리려는 게 윤 부회장 측의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윤 부회장 측은 해당 합의서의 효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당시 명시된 내용은 윤 대표의 경영권을 존중하되 필요한 범위 내에서 협조하겠다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이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으며,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양측은 이날 한 치의 양보 없이 엇갈린 주장을 펼치며 팽팽한 대립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갈등은 지난 4월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에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요구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윤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을 청구하면서 상황은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19년 12월 장남에게 콜마홀딩스 주식 약 230만주를 증여했는데, 이는 지난 2018년 윤 회장과 남매가 체결한 3자 경영 합의를 전제로 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현재 무상증자로 인해 해당 주식은 460만 주로 늘어난 상태로 윤 회장은 이 지분을 반환받기 위한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은 일단 윤 부회장이 윤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을 임의로 처분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 회장 측은 "이번 결정은 윤 회장이 제기한 '증여계약 취소 또는 해제에 따른 주식반환청구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부담부증여 또는 착오취소의 법리와 사실관계가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윤 부회장 측에서는 "이번 주식처분금지가처분 인용은 법원이 본안 소송 진행 중 절차를 따른 것으로 일반적인 것으로 안다"며 "윤 부회장은 해당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 없고 특별히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내부 갈등이 이처럼 법적 분쟁으로 확산되면서 그룹 지배구조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 콜마홀딩스 최대주주인 윤 부회장은 현재 31.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행동주의 펀드인 달튼인베스트먼트(5.69%)의 지원까지 받는 상황이다. 반면 윤 회장과 윤여원 대표의 지분은 16%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 윤 회장이 승소할 경우 윤 회장 부녀의 지분은 29%대로 올라 오히려 윤 부회장 측을 역전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주식반환청구권 판결 결과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변수로 작용하는 셈이다.
여기에 소액주주 지분율이 38.5%에 달하는 만큼 향후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예측 불가능한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러한 분쟁이 콜마그룹의 경영 시스템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족 경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콜마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부 주주들의 이사회 구성 개입 요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 갈등은 아직 봉합될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
윤 회장은 "공동의 약속을 저버리고 사익을 앞세운 선택이 결국 그룹 전체에 상처를 남겼다"며 "신뢰를 깬 대가는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그룹의 미래를 바로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