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등 주요 해외 언론에서 잇달아 비슷한 주제의 기사가 게재됐다.
젊은 남성의 우경화에 대한 내용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적으로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신간 ‘보수 본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가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뇌과학, 유전학, 진화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며, 보수 성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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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균/ 동아시아/ 1만6800원 |
두 입장은 경제, 외교, 종교, 인권, 과학기술, 교육 등 사회의 거의 모든 쟁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보수는 경제 체제에서는 자유시장 원칙을, 외교에서는 민족주의를, 이민 정책에서는 폐쇄주의를, 교육에서는 엘리트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성소수자 권리를 부정하거나 제한하고, 페미니즘과 임신중지권에도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여러 사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일관된 입장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뇌’와 ‘유전자’라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이를 설명하려 한다.
보수적 성향을 직관적 판단이나 인지적 단순화 전략인 ‘휴리스틱(heuristic)’, 기존 신념을 유지하려는 성향인 ‘보수적 베이지언’, 위험 회피와 공포 자극에 민감한 뇌 영역인 편도체(아미그달라)의 활성과 같은 뇌과학적 요소로 접근하는 것이다.
가령 ‘휴리스틱’과 관련해 “보수의 뇌에서 휴리스틱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불확실한 상태를 견디지 못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빨리 결론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지적 ‘종결 욕구’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번식과 관련된 유전적 신호 체계, 생존과 관련된 교감신경계의 반응, 행동면역체계와 같은 진화론적 개념과도 연결을 시도한다.
유전학적 측면에서는 ‘예민한 유전자’로 불리는 세로토닌 수송체 유전자형(5-HTT),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형(DRD2),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형(OXTR) 등을 지목한다.
특정 DRD2를 가진 이들에게서 당파성이 더 짙게 나타나고, 5-HTT를 가진 이들이 편도체에서 더 강한 불안·공포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진보의 경우 공감 능력이나 복잡한 윤리적 판단과 관련된 전대상피질, 뇌섬엽의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저자는 정치 성향이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유전적 요소들은 어린 시절의 양육 환경, 학대 경험, 스트레스 수준, 사회경제적 지위, 부모의 관심도 등 다양한 환경 요인과 상호작용하며 다르게 발현된다.
저자는 젊은 남성층의 보수화 경향을 ‘번식 유전자’의 기능이 사회적 위계 추구 심리와 급변하는 사회 환경을 만나는 교차점으로 해석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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