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공개…글로벌 영화 부문 점령
'K-오컬트', 'K-먹거리' 등 한국 문화 내세워
 |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K팝과 'K-오컬트'를 결합한 독특한 소재에 가지각색의 전통 및 현대 문화를 녹여내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OST는 글로벌 음원 차트를 휩쓸고 전통문화를 향한 관심은 높아지는 등 'K-컬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일으킨 열풍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가 공개 직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무속신앙과 전통부터 거리의 풍경을 비롯해 먹거리까지 담아낸 한국 고유의 문화는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보는 맛'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적인 소재들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구현해 낸 디테일로 시청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감독 메기 강·크리스 애펄헌즈)은 K팝 슈퍼스타 그룹 헌트릭스의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다. 작품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제작사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의 신작이자 미국 영화로 한국계 캐나다 감독 매기 강과 크리스 애펄헌즈가 공동 연출했다.
'케데헌'은 대형 스타디움을 팬들로 가득 채우는 인기 그룹인 헌트릭스가 공연이 없을 때 용감한 악마 사냥꾼이 돼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내용을 그린다. 이들은 용기와 희망을 노래하며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유대감을 바탕으로 악령에게서 세상을 지킬 황금빛 결계 혼문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그룹 헌트릭스(상단)와 사자보이즈가 등장한다. /넷플릭스 |
그러던 어느 날 마성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혜성처럼 등장하고 루미 미라 조이는 이들이 비밀을 감추고 있는 악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헌트릭스는 사상 최대 위험을 가진 사자보이즈와 이들을 조종해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며 힘을 키우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망을 지닌 고대 악령의 왕 귀마에게 맞서며 돌이킬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다.
'케데헌'은 공개 직후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작품은 공개 하루 만인 지난달 21일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프랑스 독일 등 22개국에서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공개 사흘째인 23일에는 31개국 1위, 나흘째인 24일에는 41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작품을 향한 열기가 크게 치솟았다.
또한 넷플릭스 투둠 사이트에 따르면 '케데헌'은 공개 첫 주인 지난달 셋째 주(6월 16일~22일) 92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톱)10 영화(영어) 부문 2위에 올랐다. 아울러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한국 홍콩 인도 태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80개국 TOP10에 진입했다.
이렇게 전 세계를 강타한 '케데헌'은 'K-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한국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울러 한국의 맛을 섬세하게 전했다. 한국인에게는 작품에 나타난 'K-문화'를 발견하는 재미를 전했고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문화가 주는 신선함을 제공했다.
 |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전통 민화 작호도에서 영감을 받은 호랑이 더피(상단) 캐릭터 등이 등장한다. /넷플릭스 |
먼저 '케데헌'은 악령을 퇴마하는 걸그룹 헌트릭스로 무당을, 악령으로 구성된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로 저승사자를 표현하며 'K-오컬트'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무속신앙을 보여줬다. 이어 한복, 도포, 갓, 노리개를 착용한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드러냈다. 헌트릭스가 악령을 물리칠 때 사용한 곡도 신칼 사인검 등 무기 역시 과거 한국의 무속신앙에서 쓰였던 무구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외에 도깨비의 탈을 쓴 악령, 물귀신 등도 등장해 'K-오컬트'를 드러냈다.
헌트릭스가 공연하는 무대 바닥에는 단청을 연상케 하는 문양이 나타났다. 단청은 한국의 전통 목조건축물에 여러 가지 빛깔로 무늬를 그려 장식한 것을 뜻한다. 이어 무대 배경에는 조선시대 왕의 권위와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병풍이었던 일월오봉도가 깔렸다. 무대 아래 팬들은 전통 매듭 디자인과 비슷한 모양의 응원봉을 들고 헌트릭스를 응원했다.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로 나타낸 무당과 저승사자를 비롯해 '케데헌'에는 전통 민화 '작호도'(까치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호랑이 더피(Derpy)와 까치 수씨(Sussie) 캐릭터도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전통 민화에서 각각 수호자와 길조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까치는 루미와 진우 사이를 오가며 오작교 역할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전통문화뿐만이 아니라 작품은 한국의 다양한 거리와 명소를 배경으로 해 현재 한국의 현재 문화도 전했다. 헌트릭스의 숙소는 잠실 롯데타워, 헌트릭스가 공연하는 장소는 잠실 주경기장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 남산타워, 낙산공원 성곽길, 북촌 한옥마을 등이 등장해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줬다.
 |
| 그룹 헌트릭스가 김밥 떡볶이 라면 등 한국 음식을 먹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 |
목소리에 문제가 생긴 헌트릭스가 치료를 위해 방문한 한의원, 헌트릭스 멤버들이 피로를 푸는 대중목욕탕을 통해 한국인들이 누리는 문화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거리에 한글로 된 간판과 표지판이 늘어선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국 도시의 모습을 세밀하게 전했다.
K팝 문화도 보여줬다.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가 팬 사인회를 열고 팬들이 이에 열광하는 모습과 함께 오색 찬란한 불빛이 들어오는 응원봉과 휴대폰 LED 전광판 그리고 플래카드를 들고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을 통해 K팝과 팬들의 응원 문화를 고증했다.
'K-먹거리'도 다채롭게 전했다. 헌트릭스가 공연 전에 김밥 컵라면 과자 호떡 어묵탕 등을 먹는 모습으로 한국 음식을 다양하게 드러냈다. 컵라면의 짧은 조리 시간, 뚝배기에 담긴 어묵탕, 분식집에서 사용될 법한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접시에 담긴 떡볶이,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냉면 등 한국 음식 문화가 섬세하게 표현됐다.
아울러 식사 전에 냅킨을 깔고 수저를 놓는 헌트릭스의 행동으로 식사 문화도 세밀하게 보여줬다. 헌트릭스 매니저 바비가 공연을 앞둔 헌트릭스에게 "오늘 무대 끝나고 이태원 가서 핫도그 먹자"고 말한 모습은 이태원이라는 한국의 동네과 핫도그라는 먹거리를 구체적으로 지칭해 디테일한 맛을 살렸다.
트렌디한 한국 문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자보이즈를 보고 홀딱 빠져버린 헌트릭스 조이의 눈에서 팝콘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팝콘각(어떤 상황이나 맥락이 즐거움을 주거나 매우 볼 만 함을 이르는 신조어) 상황을 묘사했고, 사자보이즈가 예능에 출연해 매운맛 소스를 먹으며 챌린지를 벌이는 모습을 통해 붉닭 소스에 열광하는 한국의 문화를 드러내며 'K-컬처'를 철저하게 고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문화에 대한 굉장히 깊은 이해가 들어가 있다. 식당에서 젓가락 숟가락을 놓는 모습 등 고증을 통해 다양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며 "철저한 고증으로 한국 팬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팬들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외국 팬들은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 있게 봤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플 때 한의원에 간다든지 일상 문화가 잘 표현됐고 헌트릭스가 사용하는 무기들도 멋있게 등장했다"며 "K팝과 어울리는 한국적인 문화 요소를 잘 담아내 K팝 팬들의 재미와 공감을 끌어냈다. 대중들이 관심 있어 하는 전통문화도 작품에 잘 배치됐다"고 강조했다. <계속>
silkim@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