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 쓰려면 돈 더 내라고?…보험사 배불리는 금감원 정책 ‘선택권 통제’ 비판 목소리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31 09:17:37

내달 16일부터 자동차보험 수리비 산정 기준 변경
정치권 “소비자 권리 침해하고 산업 공정성 훼손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사고 수리 시 정품 부품이 아닌 ‘대체 부품’을 우선 사용하는 방향으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돼 내달 16일부터 시행된다.

이를 두고 ‘보험사 배불리기’라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의 선택권을 통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졸속 정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정품 미사용으로 인한 보증문제나 중고차 가격 하락 및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8월 16일부터 갱신되는 자동차보험 계약에 보험으로 자동차 부품을 교환·수리할 때 대체 부품을 포함하도록 하는 자동차보험표준약관을 적용한다.

대체 부품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인증 기관 한국자동차부품협회가 인증한 제품만 인정된다.

이 약관이 적용되면 보험을 통해 자동차를 수리할 때 정품을 대체할 부품이 존재하면, 정품보다 30~40% 저렴한 대체 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한다.

만약 차주가 정품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추가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이번 조치 이유로 보험료 인하를 내세우고 있다.
저렴한 대체 부품을 사용하면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수리비를 낮출 수 있고, 수리비가 낮아지면 손해율 개선으로 보험료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체 부품과 정품 사이의 품질 차이가 없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앞서 보험개발원이 자동차 수리에 많이 쓰이는 외장 부품(범퍼·펜더)을 대상으로 충돌 시험을 실시한 결과, 대체 부품도 정품과 마찬가지로 안전성에서 ‘우수’ 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대체 부품이 기준이 돼 차주가 차액을 부담하게 돼 소비자에게 대체 부품 사용을 강제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체 부품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대체 부품을 사용할 경우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보증 수리를 해주지 않을 수 있고, 대체 부품 일부가 사용된 차량이 리콜 서비스를 받을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대체 부품 사용 시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 부품을 사용하면 리콜이나 보증수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괄적으로 대체 부품을 사용하도록 밀어붙이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대체 부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체 부품 사용을 강제할 경우 소비자 반발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엔진 등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에 대해선 정품을 사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선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정안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고 산업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시행 유예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기존 ‘환급 제도’를 폐지하고 가장 저렴한 부품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하도록 한 개정안은 소비자에게 부당한 비용 전가를 초래할 수 있다”며 “품질인증부품이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의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한정되면서 인증 권한이 특정 민간단체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APA는 인증기관이자 동시에 부품 제조·유통업계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인증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